때리는 건 옛말, 이제는 ‘DM 감옥’…초등 교실까지 침투한 ‘신종 학교폭력’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2026. 3. 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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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뒷골목 폭행’으로 그려지던 학교폭력이 이제 스마트폰을 활용한 괴롭힘으로 바뀌고 있다. 신체적 폭력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익명 앱을 이용한 심리적·사이버 괴롭힘이 새로운 학폭의 주요 양상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6년 1만2805명에서 2025년 2만4112명으로 10년 사이 88.3%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범죄 유형의 변화다. 전통적인 형태였던 ‘때리는 학교폭력’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2016년 전체 학교폭력 사건 중 73.4%를 차지했던 폭행·상해 비중은 지난해 48.1%로 감소했다.

대신 그 빈자리를 언어폭력과 디지털 범죄가 채웠다. 같은 기간 명예훼손·모욕 비중은 2.4%에서 12.9%로 급증했고, 딥페이크 등 기술이 결합한 성폭력 비중도 10.7%에서 18.8%로 뛰었다.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연령도 급격히 낮아졌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초등학생 검거 비중은 10년 사이 2.8%에서 10.5%로 증가했고, 중학생 역시 27.4%에서 37%로 늘어났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2026년 치안전망’ 보고서에서 이런 현상을 두고 “학폭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직접적 신체적 폭력에서 더욱 교묘한 심리적 폭력 및 사이버 폭력으로 학폭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SNS를 이용한 신종 학교폭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익명 계정으로 피해자에게 폭언을 퍼붓는 이른바 ‘DM(다이렉트 메시지) 감옥’이다.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가짜 계정을 만든 뒤 음란 게시물을 올리거나 24시간 뒤 게시물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과 익명 소통 앱을 활용해 특정 학생을 공격하는 ‘인스타 저격’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는 “증거가 남지 않고 교묘하게 괴롭힐 수 있는 비물리적 폭력, 정서적 폭력으로 학폭 양상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서적·감정적 괴롭힘이 중심이 되면서 경미한 갈등까지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경찰의 학교폭력 사건 중 불송치·불입건 비율은 2016년 12.3%에서 지난해 48.1%로 크게 늘었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가 정착되며 신고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1인당 담당 학교 수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변호사는 “익명을 활용한 폭력은 학교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SPO를 초반부터 투입해 가해자를 조기에 특정해야 한다. 학생들에겐 사이버 폭력을 저지르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현직 경찰을 학교마다 배치하기엔 인력상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일본처럼 퇴직 경찰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학교폭력 가해 기록은 대학 입시에서도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가 합격했다가 입학이 취소되거나, 감점으로 탈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학교폭력 4호 처분(사회봉사)을 받은 수험생을 합격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학교 측은 결국 해당 합격생의 입학을 최종 불허했다.

대학들이 학교폭력 기록을 반영해 감점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경북대가 수시 19명, 정시 3명에게 학교폭력 기록에 따른 감점을 적용했고 이들 모두 탈락했다. 이어 부산대(수시 6명·정시 2명), 강원대(수시 5명), 전북대(수시 4명·정시 1명), 경상대(수시 3명), 서울대(정시 2명)에서도 학교폭력 기록으로 감점을 받고 탈락한 사례가 확인됐다.

학교폭력 징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호(피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부터 9호(퇴학)까지 나뉘며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특히 4호(사회봉사)와 5호(특별교육·심리치료)는 졸업 후 2년간, 6~8호(출석 정지·학급 교체·전학)는 4년간 기록이 남는다. 가장 무거운 9호(퇴학)는 기록이 영구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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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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