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린 벚꽃, 서울 열흘 지각

박상현 기자 2026. 3. 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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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도 중부지방 늦게 개화
꽃샘추위가 찾아온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인근에 봄의 전령 유채꽃이 활짝 펴 상춘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뉴시스

꽃샘추위와 널뛰기 기온의 여파로 올봄 서울을 비롯한 내륙에서 4월 초·중순에야 활짝 핀 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포근할 때 발아한 벚꽃이 찬바람 때문에 제때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는 ‘개화(開花) 지연’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온난화로 과거보다 벚꽃 피는 시기는 빨라지고 있지만, 최근 3년간 봄 기온이 냉탕과 온탕을 자주 오가며 벚꽃 만발 시점이 다시 늦어지고 있다.

8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봄 벚꽃은 이달 중순 제주를 시작으로 남부 지방은 4월 초, 중부 지방은 4월 초·중순에 각각 만발(벚나무의 50% 이상 개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매화가 작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핀 제주는 벚꽃도 3월 22일(한라수목원 기준) 절정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의 작년 벚꽃 만발일은 3월 27일이었다. 남부 지방은 호남의 월출산(4월 3일)·내장산(4월 7일)을 비롯해 영남의 팔공산·주왕산(4월 7일) 등에서 4월 초에 벚꽃이 만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부 지방은 이보다 조금 늦은 4월 10일을 기점으로 경기 국립수목원, 충청 계룡산, 강원 설악산 등에서 벚꽃이 절정에 달하겠다.

그래픽=백형선

온난화 여파로 벚꽃이 피는 시기는 크게 앞당겨졌다. 기상청이 벚꽃의 개화·만발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3년 서울에선 벚꽃이 4월 8일 개화했고, 나흘 후인 12일 만발했다. 2020년대 들어선 개화 시기가 3월 말까지 빨라졌다. 2020년에 3월 27일 개화해 4월 1일 만발했고, 2021년엔 3월 24일 개화해 3월 29일 만발하면서 4월이 아닌 ‘3월의 봄꽃’이 됐다. 기상청은 산림청과 달리, 벚나무의 80% 이상 꽃이 피어야 만발로 본다.

그런데 최근 이런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 2023년 서울에선 벚꽃이 3월 25일 개화해 닷새 후인 30일 만발했다. 재작년에는 개화·만발이 각각 4월 1일과 4일로 늦어지더니, 작년에는 4월 4일과 10일까지 지연됐다.올해도 수도권에서 4월 10일 전후로 만발이 전망돼 3년 전보다 열흘 정도 늦을 것으로 보인다.광주는 만발이 2023년 3월 26일에서 지난해 4월 4일로, 부산도 같은 기간 3월 26일에서 4월 3일로 늦어졌다. 찬 바람 영향이 거의 없는 제주를 제외하고 내륙에선 모두 ‘벚꽃 지연’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봄 기온이 크게 오르고 내린 날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벚꽃이 피려면 높은 기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겨울 바람’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3~4월에도 찬 바람을 자주 내려보내면서 개화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에겐 성장을 위한 최소 온도인 ‘기준온도’와 꽃이나 열매를 맺기 위한 ‘적산온도’가 필요하다. 벚꽃의 기준온도는 5도다.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부터 꽃눈이 부풀어 오르는 등 성장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후 꽃망울을 터트리려면 적산온도에 해당하는 210도의 열을 모아야 한다. 예컨대 서울의 이달 1일 평균기온은 9.1도였다. 여기서 기준온도인 5도를 뺀 4.1도가 벚꽃의 ‘적산온도 저금통’에 적립된다. 이렇게 매일매일 벚꽃 안에 쌓인 열이 210도를 넘어가면 개화, 250~300도에 도달하면 만발하게 된다.

그런데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6~7일에는 일평균 기온이 각각 1.9도, 1도에 그치며 ‘적산온도 저금통’을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이런 롤러코스터 기온이 잦아질수록 개화도 늦어지는 셈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꽃이 발아해서 개화하기까지 높은 기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최근 봄 기온이 들쑥날쑥 하다 보니 개화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월요일인 9일에도 찬 북풍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9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6∼12도로 예보됐다. 중부지방은 1㎜ 미만의 비가, 강원도에는 1~5㎝의 눈이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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