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영어·일본어로 빼곡한 편지들… RM도 다녀간 ‘이중섭展’ 속 사연에 뭉클
“우리 가족들 떠올라 위로받아”

“이중섭의 편지화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고생 많으셨던 아버지 거기선 편히 계세요.”
“우리 네 식구 여러 나라에 흩어져서 살고 있지만 함께 뭉칠 시간을 생각하며 건강하게 잘 살아내 보자.”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 전시장 벽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이 새로운 설치 작품이 됐다. 삐뚤빼뚤한 아이의 글씨부터 아픈 동생을 향한 언니의 간절한 기도, 손녀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까지…. 종이에 꾹꾹 눌러쓴 사연들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국민 화가’ 이중섭 탄생 11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특별전 ‘쓰다, 이중섭’ 전시장 풍경이다. 비극적 삶에도 가족을 향한 사랑을 놓지 않은 ‘인간 이중섭’에 주목한 전시다. 마지막 코너가 관람객이 직접 편지를 쓰는 체험 공간. 이중섭이 살았던 서귀포 초가의 단칸방과 부산 범일동 판잣집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꺼내 놓으며 애정 어린 말들로 빈 벽을 빼곡히 채웠다. 한 관람객은 “2016년 아이 유모차를 밀고 갔던 이중섭 전시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5세가 된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은 이중섭… 벅차오르는 하루입니다”라고 적었다. 수술을 앞두고 입원 전날 찾아온 관람객은 “건강해져서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다.



‘RM 효과’도 컸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김남준·32)이 지난달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픈런(문 열기 전 줄 서는 것)’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반응도 뜨겁다. 아트조선스페이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해외 아미(ARMY·BTS 팬덤)들까지 몰려와 “남준이가 본 전시 소식을 알려줘 고맙다” “4월에 한국에 가서 전시를 보겠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영어, 일본어로 남긴 후기도 마지막 체험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조선일보사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선 그간 공개되지 않은 은지화 두 점 ‘가족1’ ‘가족2’, 아내와의 재회를 꿈꾸며 그린 유화 ‘환희’를 비롯해 은지화, 유화, 엽서화, 풍경화 등 80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여는 특별전이다. ‘이중섭, 백년의 신화’는 국내 화가 개인전으로 최다 관람객(25만명)을 기록하며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 ‘쓰다’에 호응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이중섭이 1953년 3월 말경 일본에 있는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사랑 나의 사람, 그대와 두 아이가 열렬히 응원해주세요. 지금부터는 목숨을 걸어야 해요. 커다란 캔버스에 물감을 마구 칠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오.” 이 여성은 “손으로 쓴 절절한 편지에서 위로를 받았다”며 “집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6월 14일까지. 입장료 성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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