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남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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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으니 완연한 봄이다.
봄날 숲속을 걷다 보면 검푸른 금속성 광택을 띠며 느릿하게 기어가는 곤충을 만날 때가 있다.
남가뢰는 딱정벌레목 가뢰과에 속하지만 날지 못한다.
초지와 하천 주변 등 다양한 숲에서 발견되는 남가뢰 어른벌레는 여러 가지 식물의 잎을 갉아 먹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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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으니 완연한 봄이다. 봄날 숲속을 걷다 보면 검푸른 금속성 광택을 띠며 느릿하게 기어가는 곤충을 만날 때가 있다. 딱정벌레처럼 보이지만 그 생태는 상식을 여러 번 뒤집는다. 오늘의 주인공 ‘남가뢰’다.
남가뢰는 딱정벌레목 가뢰과에 속하지만 날지 못한다. 딱지날개는 짧고 배는 통통하게 드러나 있다. 대신 걷는 데 특화된 굵은 다리로 땅 위를 천천히 이동한다. 비행 능력을 포기한 대신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체내에 ‘칸타리딘’이라는 독성물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천적이 공격하면 다리 관절에서 노란 체액을 분비하는데 사람 피부에 닿으면 물집이 생길 정도로 강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물집벌레’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자위 수단으로 화학무기를 보유한 셈이다. 덕분에 새나 작은 포식자들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혹시 이 친구를 만나게 되면 절대로 손으로 만지면 안된다.

대부분의 딱정벌레가 알 → 애벌레 → 번데기 → 어른벌레의 과정을 거치지만 남가뢰는 특별하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땅을 파고 흙 속에 알을 낳는다. 3주후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과잉변태(過剩變態)를 한다. 애벌레 시절 몸 색깔 뿐만 아니라 형태와 생활방식이 변한다.
갓 태어난 애벌레는 몸집이 길쭉하고 다리가 발달해 스스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먹이를 찾은 이후에는 점차 몸이 통통해지고 움직임이 줄어들어 뒤뚱뒤뚱 구더기 모습으로 변한다. 마치 다른 곤충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보인다.
애벌레는 주변 식물의 꽃이나 잎의 맨 위로 기어 올라가 수십 마리가 한군데 모여 동그랗게 여러 개의 꽃 봉오리를 만든다. 꽃 봉오리로 위장해 자신의 삶을 책임져줄 벌을 유혹하는 것이다. 호박벌, 뒤영벌 등이 날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벌의 몸에 매달려 벌집으로 이동한다. ‘무임승차’다.
벌집에 안착한 애벌레는 벌의 알이나 벌들이 가져온 꽃가루 등을 먹으며 자란다. 애벌레가 어떻게 벌을 유인할 생각을 하고, 벌집 안에서 알과 꽃가루를 훔쳐 먹으며 기생할 생각을 할까? 본능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는 단순 기생이 아니라 벌의 생태를 정교하게 활용한 생존 전략이다.
남가뢰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생태를 읽어내는 능력을 진화시켜 온 것이다. 번데기 과정을 거쳐 어른벌레가 된 남가뢰는 독이 있든 독이 없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풀을 뜯어먹고 짝짓기를 준비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땅을 파 알을 낳고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
이 친구는 빠르고 화려한 곤충에 비해 느리고 투박하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화학무기와 정교한 기생전략 등의 행동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봄날 이 친구를 만난다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자연은 늘 조용히 그러나 놀라울 만큼 깊은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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