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엔 '원전 투기 광풍'...이번엔?
[앵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특히 농지 투기에 대한 강력한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조만간 투기 광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되는 곳이 지역에 있습니다.
신규 원전 유치를 신청한 영덕인데 과거 천지원전 추진 당시에도 외지인들의 투기가 이어진 곳이어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청정 바다를 낀 영덕의 해안 지역,
1년 전 초대형 산불의 상처가 여전한 이곳은
과거 천지원전 예정지였던 영덕읍 석리 일대입니다.
정부는 2012년 석리를 포함해 노물과 매정, 경정리 등 324만 제곱미터를 원전 예정지로 지정 고시했습니다.
당시 공고문에 나온 토지 명세서를 보니 대구와 부산, 서울 등 외지인 소유가 수두룩합니다.
국공유지 등을 뺀 1400여 필지 가운데 외지인 명의 비율은 46.6%.
특히 수도권과 부산 주민은 전체의 14%, 그러니까 7필지 가운데 1개꼴이었습니다.
상당수는 보상과 시세 차익을 노린 이방인이었고 이들은 원전 지역 인근 토지도 사들였습니다.
[옛 천지원전 예정지 주민 ”원전 들어온다 이러니까 외지인들이 와서 외곽 지역에 집 같은 거 이런 거 많이 지었어. (한수원 보상 당시) 좋은 데는 (3.3제곱미터당) 200만 원, 사이 쪽으로는 160만-180만 원 (책정이 됐습니다.)“]
2009년 석리와 노물,매정리 3개 마을의 토지 거래는 38건이었지만 영덕군의 원전 유치 신청 이듬해인 2011년 4배로 급증했고 원전 부지로 확정된 2012년도 비슷했습니다.
일부는 한수원에 땅을 넘겨 보상을 받았지만 결국 원전 건설 백지화로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옛 천지원전 예정지 주민 ”(일반적인 거래가) 안 되는 쪽에 집 지어 놓았더니 빚내서 해놓았더니 완전히 (기획) 부동산 쪽 이런 쪽에 속아서...“]
최근 원전 유치에 다시 나선 영덕군이 예정지로 내세운 곳은 옛 천지원전 지역 그대로입니다.
현재 전체 부지의 18.7%를 한수원이 갖고 있고, 나머지는 국공유지와 민간 소유입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아직 부동산 관련 문의만 더러 있고 구체적인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지만 벌써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 "원자력 얘기가 오가니까 (최근) 경매 시장도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어요. (유치 예정지 인근 물건의 최저가가) 4억 7800만 원이었는데 (낙찰가가) 10억이 넘어갔어요.“]
한수원은 6월 말 원전 입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이후에도 예정구역 확정 고시 전까지는 뚜렷한 투기 차단 대책은 없는 실정입니다.
투기가 활개를 치면 보상가 상승으로 사업비 부담이 불가피하고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지역사회 후유증도 우려됩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통령이 농지 투기 근절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재명 / 대통령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잖아요. 투기 대상이 돼 버렸잖아요, 어느날. 경자유전 원칙이 헌법에서 (규정)돼 있죠."]
부동산 정상화를 내건 정부가 이른바 ‘원전 투기’엔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