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49> 당나라 시인 왕발이 친구와 이별하며 읊은 절창 시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2026. 3. 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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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니

- 海內存知己·해내존지기

성궐은 삼진에 둘러싸여 있는데(城闕輔三秦·성궐보삼진) / 흐릿한 기운 속에서 오진을 바라보고 있네.(風煙望五津·풍연망오진) / 자네와 더불어 헤어질 생각하니 안타까우나(與君離別意·여군이별의) / 우리는 같이 지방의 벼슬 사는 신세 아닌가.(同是宦遊人·동시환유인) /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니(海內存知己·해내존지기) / 하늘 저 끝에 있더라도 가까운 이웃과 같다네.(天涯若比鄰·천애약비린)/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별의 갈림길에서(無爲在歧路·무위재기로) / 아녀자처럼 수건에 눈물 적시지는 말게나.(兒女共霑巾·아녀공점건)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650~675)의 ‘촉주로 부임하는 두소부를 전송하며’(送杜少府之任蜀州)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돼 있다.

벼슬살이를 위해 멀리 촉으로 떠나는 친구 두소부를 전송하며 지은 작품이다. 두소부는 두씨 성을 가진 현위(縣尉)라고만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하급 관리를 하고 있을 적에 지었다. 첫 행의 ‘三秦(삼진)’은 장안(현 서안) 부근 관중(關中) 땅을 말하며,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이 땅을 옹(雍)·새(塞)·적(翟) 세 나라로 나눠 각각 왕을 세웠기 때문에 삼진이라 칭한 것이다.

둘째 행의 ‘五津(오진)’은 사천성 민강(岷江)의 다섯 개 나루터로 백화진(白華津)·만리진(萬里津)·강수진(江首津)·섭두진(涉頭津)·강남진(江南津)인데, 위 시에서는 촉주를 지칭한다. 넷째 행 ‘宦遊(환유)’는 지방에 가서 벼슬살이함을 말한다. 다섯째 행 ‘海內(해내)’는 중국 전체를 일컫는 말이고, 여섯째 행 ‘比鄰(비린)’은 이웃을 의미한다.

둘째 행은 ‘장안에서 먼지바람이 이는 희미한 속에서 촉을 바라본다’며, 이별을 슬퍼하는 시인의 감정을 은근히 드러낸다. 셋째 연(경련)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위로의 심정이 한층 더 담김과 동시에 시인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여하튼 왕발과 벗 두소부의 참다운 우정을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지난 5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대동고등학교(79년 졸업) 3학년 2반 반창회에 참석해 친구들과 어울렸다. 친구 12명과 즐겁게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다. 지리산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왕발이 우정에 대해 읊은 위 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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