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제 차버리고, 검증없이 숫자만 보는 경선

최류빈 2026. 3. 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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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 최고위원회 통합시장 후보 선출 과정서
공천관리위원회 제안한 정책력 판단 투표 거부
이개호, 신정훈, 이병훈 등 예비후보 공동 대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전남 영광군 영광농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전남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대한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후폭풍에 휩싸였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민주당 지도부가 별다른 해명 없이 무산시키며 후보들이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다만, 경선 룰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온도차가 감지된다.

8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6일 초대 통합특별시장 경선 방식으로 ‘정책배심원제’를 확정했다. 정책배심원제는 의결권이 없는 배심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당초 공관위는 최고위 측에 의결권을 가진 시민(배심원)들이 후보를 대상으로 숙의 과정을 거쳐 투표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제시했으나 최고위가 이를 무산시켰다. 대신 배심원들이 단순히 토론회에서 질문만 던질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경선 룰인 국민참여경선 방식(권리당원 50%·일반 시민 50%)으로 결정한 것이다. 순회 경선도 순회 토론회로 낮췄다. 다만, 권리당원 100%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하고, 5인 본경선을 결선투표로 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한다.

당 지도부가 공관위 결정을 뒤집은 건 이례적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시민공천배심원제 부작용을 우려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특수성에 맞춰 공관위가 결정한 방식을 당 지도부가 무력화했다는 데 대한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환영했던 후보들은 즉각 공동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신정훈 의원(나주·화순),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김이수 민주당 공관위원장을 면담하고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재검토 및 관철 요청 ▲충분한 경선 일정 확보 ▲통합 선거구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경선 방선 도입을 요구했다. 선거구 통합에 따라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유권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은 ‘무늬만 배심원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전남과 광주의 통합으로 지역민들이 다른 지역의 후보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배심원을 도입키로 했다면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당초 공관위의 발표와 달리 갑자기 왜 ‘무늬만 배심원’으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초 발표한대로 상당한 수준의 의결권을 갖는 배심원 제도로 반드시 환원해 주길 바란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강 시장은 “당원 100% 예비경선으로 당원주권주의는 실현됐는데도 ‘등가성’ 같은 기술적 잣대로 배심원제를 무산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 의원과 신 의원 역시 “(시민배심원제에)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결정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당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민형배 의원은 “당원과 국민주권, 1인 1표제라는 흐름에 부합하는 현실적 선택”이라며 “순회 경선 폐지도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주철현 의원 역시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일하는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당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경선 여론조사 응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나 심층면접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경선 룰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후보 간 온도차는 경선 룰에 따른 유불리가 갈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후보들은 기존 경선 룰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대 통합특별시장이라는 특수성, 광주와 전남 간 주민·권리당원 차이 등을 기존 경선 룰이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주당이 시민 선택권을 경선 과정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경우 지역 권리당원 중심으로만 선거가 운용돼 민심과 당심이 괴리될 수 있다”며 “조직력과 당원 동원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20만 통합특별시민의 미래가 걸린 선거인 만큼, 후보들도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정책을 검증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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