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도급망 소외 경기도, 건설 활황 ‘남의 떡’
일감 넘치는 평택, 지역 일자리 박했다
장비, 충북·서울 등 역외업체 즐비
종합건설 원청따라 이동 ‘경쟁 치열’
일용직도 비슷… 인력사무소 불황
“전국서 몰려 지역인부 자리 없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갈 곳 잃은 전국 건설 노동자들이 평택으로 속속 몰리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핵심 역할을 하는 평택 브레인시티를 포함해 고덕 신도시, 화양지구 등 신규 건설 일감이 꾸준해서다.
하지만 경기도 내 종합건설사의 원도급 수주율과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수주율이 30%대(2월25일자 3면 보도)에 머물고 있는 만큼 먹거리가 넘치는 평택에서도 도내 업체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난 6일 오전 5시30분께 평택시 화양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이른 새벽부터 공사장 입구로 건설기계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굴착기와 크레인, 지게차 차량 옆면에 적힌 업체 이름과 지역은 제각각이었다. 충청북도에서 올라온 장비가 있는가 하면 서울 업체 장비도 눈에 띄었다. 반면 경기도 업체 표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은 서울에 본사를 둔 시공능력 상위권 종합건설사가 원도급을 맡은 현장이다.
오전 6시가 가까워지자 인력을 태운 승합차들이 하나둘 공사장으로 들어왔다. 기초 외곽 공사를 마친 뒤 내부 공정을 준비하는 단계라 현장에는 각 공정을 맡은 전문건설업체 인력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묻자 답은 제각각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배관·소방업체, 콘크리트 타설업체, 부산에서 올라온 도장업체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협력업체들이 공정을 나눠 맡고 있었다. 역시나 노동자들 소속 또한 도내 업체는 드물었다.
겨우 찾은 안산의 한 도장업체 관계자는 “요즘 일감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현장 따라 숙식하면서 이동하는 타지 협력업체가 많다”며 “우리는 원도급사의 등록 협력업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가 수주한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이곳에서는 남양주 건설자재업체와 평택 전기 시공업체 등 도내 전문건설업체들이 비교적 눈에 띄었다. 현장에 톱밥을 납품하는 도내 한 자재업체 관계자는 “원도급 회사와 인근 지자체에 있어 계속 거래해온 협력업체라 이 현장에도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둘러보니 통계에서 나타난 지역 하도급 구조가 실제 공사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전문건설업체 인력과 협력업체들은 대체로 원도급 건설사의 기존 협력망을 따라 움직였다. 다만 전문 기술이 필요 없는 보통 인부들의 경우 상황이 달랐다. 이들은 원도급 회사와 관계없이 성남이나 평택 등 도내 인력업체 승합차를 타고 현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같은 날 새벽 4시50분 무렵에 찾은 평택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는 일감을 찾아 일용직 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간인데도 간판의 불은 꺼져 있었다. 또 다른 인력사무소에는 사무실을 임대로 내놨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서 몰리다보니 지역 일용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고 호소했다.
/윤혜경·김지원 기자 hyegyu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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