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파산에도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사주 없이 도는 안성 두원정공
한때 수천억 벌었던 자동차 부품
환경규제 거치며 작년말 문 닫아
노동자들, 법원에 납품 가동 요청
“중동전 수요… 틈새시장 공략”

최근 찾은 안성시 자동차 부품공장 두원정공. 디젤 차량에 연료를 고압으로 분사하는 기계식 펌프 생산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각종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한때 수천억원을 벌어다주는 효자 제품이었던 두원정공의 디젤기관용 기계식 펌프는, 환경규제와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를 거치며 그 가치가 급전직하했다. 아웃소싱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공장에 사람이 설 자리는 줄었고, 결국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튿날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아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공장은 돌아갔다. 법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법원이 지정한 파산관재인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고, 납품업체와의 거래도 이어졌다. 남아 있는 노동자 150여명은 지난 1월분 임금도 무사히 받았다.
1974년 안성시 대덕면에 설립된 두원정공은 현대자동차·현대위아·모비스 등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며 성장했다. 1990년대에는 자동차 디젤기관용 기계식 펌프를 독점 생산하며 연매출 2천억원을 달성했고, 노동자 1천200명이 일하는 안성지역 최대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환경규제와 IMF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회사는 연구직 수백명을 일순간에 해고했다. 두원공고를 통한 신규 채용도 1996년 이후 중단됐고,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인원은 600여명까지 줄었다.
2014년 사측은 인원 감축으로 핵심 기술을 일본으로 아웃소싱했다. 결국 2018년 처음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두원정공은 지난해 말 수원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 2023년 7월 회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여 만이다.
노동자들은 파산을 시키더라도 남은 물량 납품을 위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도 이를 승인했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에게 대면 보고를 받아 온 담당 판사는 파산 선고로 150여명의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되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26일 파산된 이후 29일부터 공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례가 없다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근로계약서부터 문제였다. 파산 상태에선 경영자(책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법원에서 매각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정한 ‘파산관재인’에게 계약서를 부탁했다. “회사를 정리하러 온 것이지 운영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거부하던 담당 파산관재인은, 결국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월급제 사장에게도 납품업체와의 신뢰를 위해 조금 더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주가 빠져나간 뒤에도 시스템은 유지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공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산 상태이므로 납품업체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기계식 펌프는 두원정공과 인도에 설립된 보쉬합작회사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실정이다. 두원정공이 문을 닫을 경우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전량 해외 의존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두원정공 연매출이 400억원 이상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기만 전국금속노조 두원정공 지회장은 “세계 경제가 호황을 유지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발생하면서 재건 수요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우리 부품에 대한 수요도 생길 수밖에 없다”며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다면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더라도 공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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