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만 웃는다… "이란 항복 때까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전쟁

권경성 2026. 3.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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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9일째 공습, 표적 확대
이란도 미군 겨냥 명분 걸프국 공격
친미 정권 난망에 트럼프 출구 고민
이스라엘 절대 다수 이란 공세 지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7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발발한 전쟁에 중동 전역이 휘말리는 분위기다. 이란이 조건 없이 항복할 때까지 협상하지 않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언하며 장기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의 친소(親疏)에 따른 불화가 폭력으로 귀결된 아랍권은 사실상 전체가 패자다. 트럼프 대통령도 득실을 따지기 애매해졌다. 확전의 수혜자는 지지율이 급등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뿐인 것으로 보인다.


해수 담수화 시설 건드려

8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과 CNN·알자지라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시작한 대이란 공습을 9일째 지속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호텔이 이스라엘 공습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참전 결정으로 1일 양측 간 교전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중심부를 친 것은 처음이다.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지휘관들을 노린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교전으로 최소 294명이 사망했고 1,02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9만5,000명가량이 피란길에 올랐다는 게 레바논 보건부 집계다.

전날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원유 저장 시설을 타격했다. 이번 개전 뒤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때린 것도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이란 정권 동요 유도를 위한 표적 확대 시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군 고위 당국자는 전날 혁명수비대와 방공망, 미사일 등 이란의 군사 목표물 대상 공습을 강화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걸프(페르시아만) 연안 아랍 산유국들을 향한 이란의 반격도 계속됐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이날 국제공항 내 연료 탱크를 겨냥한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정부 건물과 일부 민간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국경 경비 대원 2명이 숨졌다고 쿠웨이트 내무부가 알렸다. 알리알살렘 공군기지가 이란에 공격당한 뒤 미군이 임시 지휘본부처럼 쓰던 민간 시설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황을 고려해 전날 원유 생산 감축에 들어가기도 했다. 바레인의 해수 담수화 시설도 공격 받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미국과 특히 가까워 걸프국 중에서도 이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공항이 운영 중단·재개를 반복 중이다. 개전 뒤 221발의 탄도미사일이 탐지됐으며 드론 공격은 1,300건을 넘어섰다고 UAE 국방부가 밝혔다. 두바이에서는 전날 공중에서 요격된 발사체 파편에 맞아 한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수도 리야드 인근에서 드론 30여 대를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공격 배후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오기 vs 이란 결기

도널드 트럼프(왼쪽 정면) 미국 대통령이 7일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개최된 미군 장병 유해 귀환식에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도버=EPA 연합뉴스

이란의 걸프국 공격 명분은 해당 국가 내 미군 기지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은 전날 X에 “역내 미군 기지가 계속 존재하는 한 이들 국가는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아직 타협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협상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기지에서 개최된 미군 장병 유해 귀환식에 참석한 뒤 플로리다주 사저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전용기)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합의를 모색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오히려 “오늘 이란은 매우 강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지금껏 목표물로 고려되지 않던 지역과 집단이 검토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NYT 등에 따르면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방영된 국영TV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미국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한 데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앞서 국영TV 연설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며 걸프국 공격 자제 가능성을 시사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중동 이웃 국가들에 대한 항복으로 해석하고 자국 강경파에서도 반발이 나오자 입장을 번복했다. 이란 정권 역시 곧장 보복 공격을 재개했다.


쿠르드족 포섭 구상 철회

도널드 트럼프(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9일 미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걸프 산유국들을 노린 확전은 이란의 생존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가깝고 방공망이 취약한 걸프국이 이스라엘보다 공략하기 쉬운 표적인 데다 공격의 효과도 더 크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중동 정세 석학인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WSJ에 “이스라엘보다 걸프 지역이 공급망에서 이탈할 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가를 끌어올려 미국 내 불만 여론을 자극하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철수 결정을 유도한다는 게 이란의 구상이라는 것이다.

공습 직후 이란 정권 교체를 낙관하고 쿠르드족 포섭 시도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적 장벽에 막혀 이제 출구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더 가깝다. AFP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이날 기자들에게 이란 내전 조장을 통한 정권 교체 시도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 말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사저행 전용기 내에서 “쿠르드족이 개입하지 않아도 전쟁은 충분히 복잡하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튀르키예는 미국과 함께 서방 안보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회원국이다.

이란에 친미(親美)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이날 이란에서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과 관련해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는데, 개전 첫날 암살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이자 강경파인 모즈타바가 유력한 후보다.

이 와중에 만족할 법한 인물은 네타냐후 총리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이란 공습에 가담하게 함에 따라 이스라엘은 중동 세력 재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할 기회를 맞게 됐다. 이스라엘 민간 조사기관인 ‘민주주의연구소’가 4일 결과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유대계 응답자의 93%가 이란 군사 작전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네타냐후 총리가 종전 뒤 총선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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