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일해 예방접종, 가족이 함께 만드는 신생아 안전망

보건소 예방접종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임산부 혼자 방문하던 모습보다 배우자와 함께 접종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아내가 임신해서요. 저도 같이 맞으려고 왔습니다" 이 한마디는 짧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출산은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과정임을, 현장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백일해는 기침을 통해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성인에게는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신생아는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출생 직후 아기가 백일해에 감염되면 심한 기침과 무호흡,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문제는 백일해의 전파 경로가 '가정 내 접촉'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생아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자주 아기를 안는 사람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산부뿐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들의 예방접종은 단순한 개인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가 된다.
최근 청주시는 임산부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백일해 예방접종 무료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생생하다. 배우자 접종이 늘어나면서 접종실에는 '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하러 왔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부모나 형제 등 임산부와 배우자를 제외한 대상은 유료로 접종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접종을 선택한다. 예방접종이 단순한 '주사'가 아니라, 새 생명을 맞이하는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은 접종 부위에 밴드를 붙이고 잠시 쉬어 가신다. "손주가 곧 나온다"며 흐뭇하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새 생명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그 짧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접종실은 어느 순간 따뜻한 공간이 된다.
감염병 예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만드는 일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백일해 감염을 막는다면, 그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바로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공공보건의 가장 큰 성과다. 예방접종은 치료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개인과 가족의 삶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특히 신생아와 영유아처럼 감염병에 취약한 대상에게 예방은 곧 생명을 지키는 일과 다름없다. 청주시의 백일해 예방접종 지원사업은 단순한 보건서비스 제공을 넘어, 시민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의 역할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함께 준비하는 예방'이라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예방접종실을 찾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느낀다.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또 훨씬 실천적이라는 것을. 주사를 맞으러 오는 가족들의 발걸음은 그 자체로 '우리는 아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조용한 선언처럼 보인다.
출산을 앞둔 한 가정의 준비는 그 가정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미래다. 작은 예방접종 한 번이 모여, 아기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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