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강건너 불' 아니다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6. 3. 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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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뱀의 머리를 잘랐다". 지난 1일 미군 중부사령부가 내놓은 메시지다. 전날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해 수뇌부 일부를 불시 공습으로 제거하고 나서다. 머리가 잘렸으니 뱀의 최후도 임박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다음날 뉴욕 타임즈 칼럼은 "몰락해가던 이란 정권에 구명조끼를 던져줬을 수도 있다"며 미 정부의 낙관론을 경계했다. 장기전으로 가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개전 후 지난 10여일 이어온 전쟁 양상은 뉴욕 타임즈의 우려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빠르면 4일이 될거라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호언은 물건너 갔고, 장기전을 염두에 둔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잘려진 뱀의 머리는 폭사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지상과제로 삼을 아들로 대체되는 모습이다. `이란의 민주세력은 봉기하라'는 트럼프의 선동은 메아리에 그치고 더 강경해진 지도부의 등장이 진행 중이다. 핵도 포기하고 미사일도 포기하고 헤즈볼라 같은 외부 동맹세력 지원도 포기하라는 사실상의 무장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괴뢰 정권의 출현은 요원해졌다는 얘기다.

조기 종전은 고사하고 확전 가능성이 커져 가고있다. 이란은 카타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인접 국가의 미군 시설과 산유시설까지 무차별 공격에 나서고 있다. 피해를 면하려면 미국에 종전을 다그치라는 주문을 거친 방식으로 전하는 중이다. 이들 국가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 참전국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아랍 연합국 간 충돌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한편이 돼 이란을 공격하는 새로운 형태의 중동전이 전개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고심을 거듭하던 영국이 항공모함 2척을 파병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지구촌을 강타한 후유증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란이 전세계 에너지 물량의 25%가 유통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금융과 에너지 시장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에너지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치명타다. 상승세를 타던 주식시장은 난기류에 빠져 요동치고 유가와 환율은 폭등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물가인상은 불가피 해지고 수출 전반도 타격을 받게된다.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차출도 현실화 하며 안보 문제도 대두된다. 미군의 대형 수송기들이 어제 오산 미군기지를 속속 이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미사일 요격 방공무기체계인 '패트리엇' 등 장비를 중동으로 옮기는 과정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값비싼 첨단 미사일보다 저가형 드론이 위력을 발휘하는 이번 전쟁의 판도도 우리에게 경고음을 울린다. 드론은 저고도에서 저속 비행하기 때문에 고고도·고속 미사일 요격용으로 설계된 `'사드` 같은 기존 방공망으로는 완벽한 차단이 어렵다. 미군의 피해가 이란의 저가 드론 공격에서 주로 발생한 이유이다. 일찌감치 드론 전력에 공을 들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해 실전 기술까지 쌓은 북한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최근 '샛별-4형'과 '샛별-9형' 등 신형 무인기를 공개하며 드론 전력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내게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단언하는 지구촌의 이단아다. 그는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하는 국내법도 무시한 채 전쟁을 강행한다. 근대 민주국가의 원조를 자처하는 미국이 의회법은 물론 반전 여론까지 거스르는 무법자의 질주를 방관하는 시대가 됐다. 그보다 차가운 현실은 그의 독단적 선택에 따라 지구촌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만들어낸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상생과 공존의 가치는 각자도생의 생존논리로 변질됐다. 중국은 이란에 자국으로 향하는 화물선만큼은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해 달라고 애원한다.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이란의 입장을 대변해온 대가를 치러달라는 청구서일 터이다.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존게임에서 초강대국 중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말이다. 장사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보다 영악해져야 할 때다.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치밀한 대응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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