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40년 반도체 매출 376조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도전장

이규화 2026. 3. 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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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도체산업 재건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다시 한 번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10일 성장전략회의에서 2040년까지 반도체 관련 매출을 약 40조엔(약 376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본은 2024년 11월 AI·반도체산업에 7년간 10조엔(약 94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성장전략회의에서 반도체산업 육성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은 2020년 기준 약 5조엔 수준이었던 자국 반도체 관련 매출을 2030년 15조엔 이상으로 늘리고, 2040년에는 40조엔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단계적 목표를 설정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첨단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배경으로, 일본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성장 시장의 과실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장점인 로봇·제조 기술과 소재·부품 경쟁력을 결합한 '피지컬 AI' 전략이 핵심 축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우위를 점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한국 반도체산업에 새로운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 로봇공학과 정밀 제조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활용해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피지컬 AI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중국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최소 3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목표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지원도 병행된다. 일본은 공장부지 확보와 전력·용수 등 산업 인프라 구축비용도 정부가 부담하며 행정력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반도체 설계 및 연구개발 거점을 정비하고 전략 산업을 세분화해 총 61개 핵심 제품·기술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자동차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반도체 부활 전략의 중심엔 라피더스가 있다. 라피더스는 기존 공정 단계를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는 대신 곧바로 2나노(㎚) 공정 양산에 도전하는 '기술 도약' 전략을 추진하면서 내년 10월 이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일본 반도체 생태계도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피지컬 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 이 분야에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를 확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에서도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첨단 공정 도전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산업 인프라 비용을 상당 부분 떠안고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방식도 주목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진출이나 협력 확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구마모토의 TSMC 공장과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라피더스 클러스터에는 일본 정부가 발 벗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소부장 산업에 기회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대규모 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 과정에서 장비와 소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공급망에 참여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장기적으로 소부장 자급률을 높이는 데 성공할 경우 경쟁 구도는 치열해질 수 있다.

막대한 자금 투입과 정부의 총력 지원, 소부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성공할 경우 80년대 반도체 강국 일본의 모습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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