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쟁에 AI 데이터센터도 “내 땅 안에”… 클라우드도 ‘리쇼어링

팽동현 2026. 3.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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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 제공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이 산업과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되면서 이젠 사이버전장뿐 아니라 현실세계의 전쟁에서도 핵심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갈등과 군사적 충돌이 클라우드 분야에도 각자도생의 움직임을 낳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벌어진 전쟁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랍에미리트(UAE) 리전 2곳과 바레인 리전 등 중동 데이터센터 3곳이 드론 공격으로 시설 일부가 손상돼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런 리스크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이란 관계 기업들의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가트너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낸 보고서에서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제재 확대 등으로 디지털 주권이 기업과 정부의 주요 IT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글로벌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클라우드 분야가 그 주요 대상이다.

이들이 미국 클라우드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재차 지목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안보상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 법을 통해 미 빅테크가 해외에 설치한 서버에 저장된 정보까지 접근할 수 있다. 가트너는 "이같은 역외 법률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 데이터 공개를 요구받거나 서비스를 중단해야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도구에 대한 의존도가 운영 연속성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양상은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고 관세 전쟁 등으로 우방국들과도 마찰을 빚으면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가트너가 지난달 소버린 클라우드를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버린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 관련 전 세계 지출은 800억달러(약 118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년보다 35.6% 증가한 수치다.

이를 두고 가트너는 '지오패트리에이션'(geopatriation·지리적 이전)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가트너가 지난해 말 선정한 '2026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 포함된 지오패트리에이션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로컬 클라우드 업체나 자체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는 전략이다. 공공·금융 등 규제산업 위주로 국한됐던 소버린 클라우드가 글로벌 불안정성 증가로 산업 전반에 확대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량 증가에 따라 불거진 비용 문제와 중요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 및 보안 등을 사유로 클라우드에서 온프레미스로 회귀하는 '클라우드 리패트리에이션' 필요성이 IT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오패트리에이션은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도 반영해 소버린 클라우드로의 전환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 용어로 풀이된다. 가트너는 이로 인해 현재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상 워크로드의 20%가 로컬 클라우드로 옮겨갈 것으로 바라본다.

르네 부에스트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라 미국과 중국 외 지역의 조직들은 디지털 및 기술적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소버린 클라우드 IaaS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 목표는 부의 창출을 자국 내로 유지해 지역경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디지털주권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요 구매자는 정부기관이 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 에너지·유틸리티·통신 등 규제산업 및 핵심 인프라 기관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클라우드 시장의 흐름은 장차 AI 분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35%가 독립적인 맥락 데이터를 사용하는 소버린AI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약 5% 수준에 불과한 AI 플랫폼 전환률에서 7배 높은 수치다.

이런 글로벌 흐름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전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2024년 금융보안원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FISCON)에서 황성우 전 삼성SDS 대표는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의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여기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전 세계 클라우드를 한 번에 통제하는 '컨트롤 플레인'이 밑단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짚은 바 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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