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록 손해다"… 기름값 폭탄에 지역 화물업계 '벼랑 끝'
월 최소 100만원 손해 발생 예상
"일하지 않는 것이 낫다" 하소연
운행포기·휴업 기사 속출 우려도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급등하는 가운데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제치면서 화물차 기사들이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운임은 그대로지만 기름값만 올라 한달에 최소 100만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달에 수천㎞를 운행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기름값 상승으로 운행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호소하고 있다.
13년차 화물기사 정모(51)씨는 8일 "한달에 평균 3000ℓ의 기름을 주유하는 데 단골 주유소는 300원 가까이 올랐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상황을 보면 경유값이 수일 내에 2000원 이상이 될 것이 뻔해 일하지 않고 가만 있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15년째 25톤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김모(62)씨는 "한달에 기름값으로만 500~600만원이 지출된다"며 "현재의 상황이라면 최소 100만원 이상 추가 지출을 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를 절충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 손해인지 계산이 안된다. 현장에서는 '화물차를 몰면 몰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1917.34원(최저가 1179원·최고가 2658원),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4.86원(최저가 1599원·최고가 2598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싸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5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이후 약 4년만이다.
광주지역 평균 경유는 ℓ당 1882.46원(최저 1715원·최고 2096원), 휘발유는 ℓ당 1870.25원(최저 1730원·최고 1999원)으로 경유가 12원 가량 비싸지만 전국 평균22.48원 보다는 10원 가량 저렴하다.
기름값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화물업계에서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송영태 전남화물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은 "유가는 오르지만 운송비용은 유가에 맞춰 오르질 않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 상태라면 기사 1명당 한달에 수입이 최소 100만원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운행포기나 휴업하는 기사들도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에게 사실상 최저임금 역할을 하는 '안전운임제'의 구조적 문제도 짚었다.
박종곤 화물연대광주본부장은 "안전운임제는 분기별 유가 변동분이 다음 분기 운임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개인 화물 노동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현재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 트레일러 등 일부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어 그렇지 못한 화물 노동자는 이번 유가 파동의 피해를 그대로 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해 물동량이 30%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가 폭등까지 겹쳐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며 "기름값은 국제 정세 등 불규칙적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는 만큼 화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