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뇌졸중, 동생은 뇌종양…“나도 진짜 아팠는데 보험사기라고?”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3. 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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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보험업계와 수사기관의 '허위·과다 입원'에 대한 감시망은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해졌습니다.

"특정 질환의 평균 입원일수가 3~4일인데, 왜 당신은 100일 넘게 입원했느냐"는 질문이 보험사기 혐의의 시작점이 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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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통계 수치 벗어나면 수사 대상
숫자가 놓친 환자 고통·치료 기록 간과
“보험사기 의심 받으면 적극 소명해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보험업계와 수사기관의 ‘허위·과다 입원’에 대한 감시망은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해졌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통계 수치는 수사의 핵심 지표가 되곤 합니다. “특정 질환의 평균 입원일수가 3~4일인데, 왜 당신은 100일 넘게 입원했느냐”는 질문이 보험사기 혐의의 시작점이 되는 식입니다.

하지만 법은 통계가 아닙니다. 법원은 개별 환자의 구체적인 상병 상태에 따라 입원의 필요성은 달라질 수 있으며, 단순히 평균치를 초과했다는 사정만으로 편취의 범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놓친 개인의 ‘고통’과 ‘치료 기록’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부분이 쟁점이 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A씨는 2018년부터 6년 동안 13개 병원에서 40여차례에 걸쳐 총 700일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받은 보험금은 약 1억4000만원.

보험사는 A씨가 보험사기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심평원 통계상 뇌혈관 장애 환자의 연평균 입원일수가 고작 며칠에 불과한데, A씨는 매년 70일에서 많게는 121일까지 입원했으니 이는 명백한 ‘나이롱환자’의 소행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드러난 A씨의 삶은 보험사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A씨는 단순히 입원만 반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허리디스크 시술, 어깨 인대 복구술 등 무려 11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원 치료 외에도 400번이 넘는 외래 진료를 받은 기록도 확인됐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
보험금을 타내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400번이 넘는 통원 치료를 강행하며 병원 문턱을 닳게 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A씨의 가족력 또한 비극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막내동생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 대부분이 뇌경색 등으로 투병 중인 ‘뇌혈관 질환’의 고위험군이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A씨의 입원이 담당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실질적인 치료였으며,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허위 입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환자는 데이터 속의 숫자가 아니라 살과 피를 가진 인간입니다. 의사가 입원을 권유했고, 실제로 통증이 극심해 걷기조차 힘든 환자에게 ‘평균보다 오래 누워 있었으니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혹한 일이 아닐까요? 하지만 지금도 이런 가혹한 일들이 보험 현장에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이죠.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보험사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면, 단순히 진짜 아팠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꼼꼼한 의무기록 분석을 통해 입원의 의학적 필요성을 입증하고, 입원을 해야 했던 주변 사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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