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개농장 지도에 항의전화 쏟아졌다…법원 “가명 처리 개농장 국감 자료도 개인정보 유출” [세상&]

안세연 2026. 3. 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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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전 의원 환경부 요청 국정감사 자료 카라에 제공
카라, 자료 바탕으로 ‘개농장 지도’ 공개
1심 “농장 주인에게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
2심도 농장 주인들 승소 판결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국 개농장 지도. 플래그를 누르면 농장의 주소지, 규모, 지역, 위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카라아카이브 캡처]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기간에 얻은 자료를 시민단체에 제공한 경우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었다면 가명 처리를 했더라도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판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1-2민사부(당시 부장 김우정)는 개 농장 주인 20명이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과 동물보호단체 카라 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지난달 5일 원고(개 농장 주인) 측 승소로 판결했다. 2심도 1심과 같이 이 전 의원과 카라가 공동으로 원고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했다.

카라, 홈페이지에 ‘개농장 지도’ 공개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 [헤럴드경제DB]

시간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전 의원은 환경부에 요청한 ‘전국 개 사육시설 현황자료’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제공받았다. 이를 비실명화한 뒤 카라에 제공했다.

당시 제공된 자료에는 농가 이름 첫 글자만 살린 뒤 개 농장 이름을 ‘고OOOO’ 등으로 가명 처리됐다. 카라는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개 농장 실명을 유추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주소지, 규모, 지역, 위법 여부 등을 함께 표시했다. 카라는 지금도 시민들의 신고를 바탕으로 ‘개농장 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개 농장 주인들은 이 전 의원과 카라가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한육견협회 측은 “하루에 수백 건씩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며 “정신적 피해가 극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 농장 주인들은 2023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농장 주인들은 “이 전 의원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카라 측에 제공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 측은 “사업장 첫 글자만 표시하는 등 가명 처리를 했기 떄문에 개인정보 보호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라 측 역시 “해당 자료는 공익을 위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라고 맞섰다.

1심 “1인당 10만원씩 배상”…2심도 농장 주인들 승소

법원은 개 농장 주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명 정보’ 역시 개인정보라고 판단했다.

1심은 지난 2024년 3월 “일부 혹은 전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식으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된 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개인정보를 이 전 의원이 시민단체에 제공할 때 별도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며 ”정보 주체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봤다.

소송에서 패소한 이 전 의원과 카라 측은 “국회의원이 받은 자료를 공익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항소했지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 역시 개 농장 주인들의 손을 들어주며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는 게 맞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농가명 일부를 공란으로 가명처리했으나 대부분 농장주 성명이었고 주소지가 기재됐다”며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 업무라는 목적 외에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해당 자료를 제3자인 카라 측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의원과 카라는 개 농장 주인들에게 고소를 당했다. 다만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023년 12월 이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하 처분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는 자료 대부분이 농장주의 성명으로 구성된 것임을 간과한 것이 주된 근거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근거로 해당 자료가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 근거로 “해당 자료는 개 농장이 법규를 위반한 사항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비영리 사단법인인 카라가 해당 정보를 임의로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으로 1인당 10만원을 정했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어긴 것은 맞지만 경제적 이익 취득을 목적으로 한 행동은 아닌 점 등이 고려됐다. 또한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행동인 점 등도 참작됐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카라 측에서 지난달 19일 상고하면서 대법원 심리가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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