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반 담합, 영향 매출액만 무려 6조원”…이 대통령 물가단속에 유통업계 ‘긴장’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3. 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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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분당·제분 담합 조사 속도
교육부 학교 5700곳 교복비 조사도
생리대 가격 인하·초저가 제품 등장
“생활물가 언급 잇따르자 업계 긴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와 교복 가격 문제에 이어 제당·제분 업계의 담합 의혹까지 언급하며 생활물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의 조사와 규제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정부는 최근 생활물가 안정 필요성을 잇달아 강조하며 생필품과 식품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제당·제분·전분당 제조·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담합 의혹 조사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전분당 담합 사건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사에 발송하고 같은 날 전원회의에 제출해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4개 사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7년 6개월 동안 전분당 판매 가격을 반복적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만든 전분과 이를 분해해 생산한 당류(물엿·포도당·액상과당 등)를 말하며 주로 식품용과 산업용 원료로 쓰인다.

이들 업체는 국내 전분당 기업간거래(B2B) 판매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품목 매출액은 총 6조2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리관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개 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 공동행위 건에 대한 심의 상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142일간 조사 끝에 이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심사 보고서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 조치, 과징금 부과 및 관련자 고발 의견이 담겼다.

제분업계 역시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제분협회는 정기총회에서 밀가루 가격 담합 논란과 관련,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분회사 대표 전원이 협회 이사회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분협회 회원사는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CJ제일제당, 삼화제분, 한탑 등 7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B2B에서 밀가루 판매 가격과 물량 배분을 밀약한 혐의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담합 판단이 나오면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규모는 최대 1조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나눔교복매장을 찾은 학부모가 교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교복 가격도 정부 점검 대상에 올랐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교복 가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장형 교복을 줄이고 생활복·체육복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가격 구조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오는 16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약 5700곳을 대상으로 교복비 전수조사를 진행해 가격 적정성을 분석할 방침이다.

쿠팡의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생리대를 최저 99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중대형 PB 생리대 판매가를 최대 29% 인하했다. [쿠팡 제공]
생리대 가격 역시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생활 물가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유통업체와 제조사들은 저가 제품 출시와 할인 판매에 나서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가장 먼저 응답한 건 쿠팡이다. 쿠팡은 중형 생리대 가격을 개당 120~130원에서 99원으로, 대형 생리대는 140~150원대에서 105원으로 인하했다.

아성다이소는 깨끗한나라와 손잡고 오는 5월 ‘10매 1000원’ 생리대 출시를 예고했다. 이는 기존 판매가 대비 최대 60% 낮은 수준이다.

홈플러스 중형 기준 개당 99원인 초저가 생리대를 지난달 28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중형 14매가 1380원으로 개당 98.57원이다. 1인 5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점검이 특정 품목을 넘어 유통·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물가와 직결된 품목들이 잇달아 언급되면서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격 정책이나 마케팅 전략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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