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하믄 전한길만 떠오른다…우짜다 당이 이래 됐노" 착잡한 부산 민심
야당 기능 상실·'절윤' 거부 등 실망 이유 제각각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국민의힘 지지" 목소리도
"이재명 일 하나는 확실히 해" 민주당에 호감도

"하는 꼬라지 봐라. 저래가 뽑아주고 싶겠나. 우짜다 당이 이래 됐노."
4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시장 뒷골목 벤치에 모여 있던 시민들에게 '지방선거는 좀 어떻겠냐' 운을 떼니 돌아오는 대답은 '한숨'이었다. 한때 국민의힘 당원이었다는 김길성(78)씨는 "나라고 민주당을 뽑아주고 싶긋나. 근데 장동혁은 윤석열 가지고 저리 쩔쩔매고 한동훈 금마도 유난 떠는 게 보기 싫다"고 했다. 주변에 앉은 이들은 김씨의 말에 "맞다" "다 그놈이 그놈 아이가"라며 맞장구쳤다.
한참을 국민의힘 현주소에 대해 토론하던 노인들은 "우리가 이래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며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던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18개 중 17개 지역구에서 승리한 지역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담한 반응이었다.

지선·총선서 국민의힘에 압승 안겼던 부산 표심이 흔들린다
부산은 6·3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선거 결과에 정치적 명운이 달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수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당 우세지역이지만, 대구·경북(TK)과 달리 정치 상황에 따라 민심이 크게 요동쳐 서울과 함께 '민심 바로미터'로 불리는 지역이다.
부산 시민들은 2022년 지선에서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박형준 부산시장(67.74%)이 변성완 당시 민주당 후보(25.12%)를 상대로 압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국민의힘에 한껏 힘을 실어준 것이다.
불과 4년 전 보수 정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부산 민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으로 탄핵된 여파만은 아닌 듯했다. 직장인 송석호(35)씨는 "그놈의 윤석열이 뭐라고 탄핵된 지가 언제인데 이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지겹다"고 했다.

"국민의힘, 뉴스에 나오긴 하나... 전한길만 기억에 남아"
'정권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야당이 제 기능을 상실'한 데 대한 실망감을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107석의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임에도 정부 카운터파트로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년째 건어물 가게를 운영한다는 김모(57)씨는 "요즘 국민의힘이 뉴스에 나오긴 하냐"고 반문했다. 가게 한편 놓인 태블릿으로 뉴스를 시청하던 김씨는 화면을 가리키며 "지금 온 세상이 이란 전쟁으로 도배가 됐는데 국민의힘이 청와대까지 걸어가든, 무슨 행진을 하든 신경 쓸 국민이 있겠냐. 장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 얼굴이라도 봤냐"고 지적했다.
제 할 일은 제쳐두고 이른바 '윤 어게인'만 붙들고 늘어지니 속이 "디비진다"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국민의힘이 전한길, 고성국씨 등 강성 '보수 유튜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입을 모았다.
수영구 광안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2)씨는 "부모님이 국민의힘 당원이라 뉴스를 통해 정치권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요즘은 '전한길'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인식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태형(55)씨는 "지금까지 제가 본 보수당의 모습 중 가장 처참하다. 황교안 지도부 때보다 심각하다. 탄핵을 두 번이나 당했으면 자유한국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뻔뻔하게 구니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일 하나는 확실해" "사법 리스크 여전" 의견 분분
견고한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부산이지만 민주당은 2018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지선에선 '민주당 출신 첫 부산시장'을 배출하며 압승했다. 오거돈 당시 후보가 55.23% 득표율을 기록하며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37.16%)를 18.07%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구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16개 중 13개 지역에서 승리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지는 이번 지선에서도 보수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는 게 감지됐다. 이재명 정부가 물가, 부동산 정책에서 그립을 강하게 쥐는 만큼 합을 맞출 새 부산시장이 필요하다는 '정권 안정론'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서면역에서 만난 김상영(64)씨는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한다. 부산을 발전시키려면 아무래도 여당이 시장도 하고, 구청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40)씨는 "요즘 하루 종일 주식 창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때와 비교했을 때 효용감을 느끼긴 한다. 대선 때는 국민의힘에 투표했는데 이번 지선에서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표심까지 민주당으로 옮겨갔다고 단정하긴 일러 보였다. '부산은 그래도 보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모임(공취모)'을 결성한 사실을 마뜩찮아 했다. 정준석(35)씨는 "국민의힘이 못한다는 것이 꼭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지우려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김태형씨도 "그래도 이 대통령은 제가 싫다. 박 시장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든 주진우 의원이 출마하든 일단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전재수 지역구' 북구갑, 재보궐 4파전 가능성
반면 6월 지선과 동시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북구갑 민심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호의적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다수 시민은 지역구 의원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부산시장에 도전할 경우 전 의원 후임자를 밀어주겠다고들 했다.
구포시장에서 장을 보던 박영춘(77)씨는 "전 의원이 밀어주는 사람을 찍지 않겠냐. 선거 때마다 관광도시를 만든다 만든다 하는데 해운대, 광안리 말고도 부산을 살릴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부산 북구갑 재보선이 성사되면 이번 지선 최대 격전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설이 나오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에 더해 최대 '4파전'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범여권과 범야권의 대선 후보급 유력 정치인이 정치생명을 걸고 외나무다리에서 벌이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 있지만, 표심 잡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하다.
전재덕(75)씨는 '한동훈 출마설'에 "부산이 만만하냐"고 발끈했다. 전씨는 "윤석열이를 지지하는 할배들이 한동훈 보고 배신자라고 욕을 해재낀다 카대. 내는 윤석열 지지 안 한다. 글케도 '윤 어게인 아니다'카며 혼자 깨끗한 척 시치미 떼고 있는 게 꼴 뵈기 싫은 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장동혁이 좋냐, 거기도 답 없다"며 답답한 듯 손사래를 쳤다.
반면 조 대표와 관련해서는 "조국이 여기를 나와요"라고 되묻는 이들이 많았다. 조 대표가 3일 "출마는 분명하다"며 "오로지 자력갱생, 자강불식을 모토로 3개월을 달릴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이 같은 메시지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가닿지는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국민의힘 PK 지지율 격차는 벌어지는 추세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여야 지지율 격차는 더 커지는 추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3~25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P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39%, 국민의힘 지지율은 23%를 기록하며 16%포인트 차를 기록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4%포인트(민주당 27%·국민의힘 23%)였던 양당 지지율 격차는 2주 만에 4배 늘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부산(글·사진) =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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