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집회서 등장한 ‘이재명=하메네이’ 손팻말···혐중 표현에 행진 제지
경찰, 혐중 표현에 명동 등 진입 제한

극우 성향 단체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반정부 집회의 소재로 꺼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비유해 독재자이자 다음 공격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경찰은 혐중 구호에 이 같은 주장까지 펴는 이들의 서울 일부 도심 진입을 제한했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극우 성향 단체 ‘자유대학’은 지난 7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중구 명동우체국 방향으로 행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혐중 표현이 섞인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자유대학은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집회 홍보 게시물에 “이란의 독재자 하메네이가 미국에 의해 제거됐다”며 “자유를 위해 싸우는 그들을 응원하며, 대한민국에서 독재를 꿈꾸는 이재명에게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하메네이’ 같은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이 대통령과 하메네이의 사진을 함께 걸고 ‘Who’s next(누가 다음인가)’라고 쓴 게시물을 올렸다.
경찰은 명동 진입을 앞둔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이들의 행진을 제지했다. 경찰이 “집회시위법이 금지하는 질서문란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방송하자, 자유대학 측 사회자는 “국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야 할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주최 측이 혐중 구호를 중단하고 행진을 재개했지만 명동에 들어선 이들은 다시 구호·노래를 외쳤고, 경찰은 이들을 다시 막아섰다. 그러자 자유대학은 자리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대치했다.

자유대학은 지난해 7월 주한 중국대사의 얼굴이 그려진 중국 국기 현수막을 찢는 집회를 벌였다. 이에 중국대사관이 외교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외교 문제로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9월 혐중 집회에 대해 제한 통고 방침을 밝혔다. 당시 경찰은 상인단체들이 집회를 제한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것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자유대학은 제한 통고 방침 후 한동안 집회에서 혐중 구호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란 전쟁 상황을 소재로 삼아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다시 혐중 구호를 꺼내들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는 상황이 벌어졌다.
명동복지회(상인 모임) 이강수 총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 공연 등을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졌는데 (혐중 집회로) 국가 이미지가 손상되고 관광객들과 마찰이 빚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행진 제지는 규정대로 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제한 통고 등 조치를 취할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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