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폭염이 부른 가뭄, 기후공식 깨다…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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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기존 기후 법칙을 무력화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해(CDHE)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폭염이 먼저 발생하고 뒤이어 가뭄이 이어지는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가 급증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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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릉 사례례처럼 폭염 발생 후 극한 가뭄 발생 빈도 증가
육지-대기 상호작용 강화 주범…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 이전부터

기후 위기가 기존 기후 법칙을 무력화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해(CDHE)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폭염이 먼저 발생하고 뒤이어 가뭄이 이어지는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가 급증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는 농업 생산성 저하뿐 아니라 산불 대형화 위험 증가, 공중보건 위기 등 사회경제적으로 치명적인 연쇄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와 김용준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약 8배 급증했다는 사실을 지난 7일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폭염이 방아쇠 당긴 가뭄… 2000년 이후 8배 급증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해는 과거부터 발생해 왔다. 연구팀은 최근 들어 패턴이 달라졌음을 확인했다. 과거에는 가뭄이 먼저 시작된 뒤 폭염이 뒤따르는 게 '가뭄 선행형'이 일반적이었다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폭염이 먼저 발생하고 곧바로 가뭄이 이어지는 '폭염 선행형'으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두 유형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증가 속도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폭염 선행형이 지난 22년 동안 110% 증가한 반면 가뭄 선행형은 60% 느는 데 그쳤다.
실제, 지난해 강릉에서도 폭염 이후 극한 가뭄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는 2000년대 이후 전 지구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폭염이 가뭄의 '방아쇠' 역할을 해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복합재해 증가 원인 '육지-대기 상호작용 강화' 지목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0.6∼0.7도 상승한 2000년대 이후 복합재해 발생 증가가 과거보다 약 8배까지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지구 온난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로, 연구팀은 원인으로 '육지-대기 상호작용' 강화를 지목했다.
육지-대기 상호작용은 지표면 상태와 대기 상태가 서로 영향을 주며 증폭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가령, 폭염이 지표면을 달구면, 대기는 토양과 식물 수분을 빨아 들인다. 이 과정에서 토양 수분이 바닥나면 지표면은 더 이상 증발에 의한 냉각 작용을 하지 못해 온도가 더욱 치솟고, 이는 다시 대기 온도를 끌어 올려 폭염을 심화시킨다.
땅이 대기를 달구고, 대기가 다시 땅을 말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지역별 분석에서도 비선형 증가 패턴이 확인됐다. 남아메리카 아마존 지역은 복합재해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는데, 산림 감소 등 지표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육지-대기 상호작용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반면 동아시아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류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복합재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극한 기후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임계점을 넘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 교수는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는 폭염이 발생한 뒤 짧은 기간 안에 가뭄이 나타나는 '돌발 가뭄'과도 밀접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돌발가뭄의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며 "복합재해 위험 관리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는 예측과 대응이 어려워 사회경제적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이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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