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특권 해체 완료… “국회의원 특권도 해체하라”
정치권서 ‘셀프 개혁’ 요구 확산

판사와 검사의 권한을 강하게 제한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법 권력에 대한 통제 장치가 본격 가동됐다. 그동안 사실상 성역으로 여겨졌던 사법 권력도 강력한 책임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법 권력에 대한 개혁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정치권 내부의 특권 구조는 여전히 손대지 못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12~13일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이 참석하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는 매년 3월에 열리는 정례 회의로, 각 법원의 주요 업무를 보고하고 사법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 안건으로는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 '법 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방안' 등이 있다.
정부는 최근 임시 국무회의에서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을 의결했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는 공포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은 공포 후 2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법왜곡죄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 등이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을 왜곡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다.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죄를 인정하는 경우 등이 처벌 대상이 된다. 형량은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왜곡죄가 재판 과정에 대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경우 판사들이 논쟁적인 사건 판단에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4심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왜곡죄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도 논란이다. '잘못된 법령 적용'이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 같은 기준이 자칫 해석 논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판사·검사뿐 아니라 경찰과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를 수사할 수 있는 사정 기관도 여러 개여서 사건 관할을 둘러싼 논란도 낳을 수 있다.
이렇듯 사법 권력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특권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오랫동안 '정치권 특권'의 상징으로 지적돼 왔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도록 한 제도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의 발언과 표결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상 권리다. 이러한 특권은 과거 독재나 권위주의 시절 정치적 탄압을 방지하고 정치적 사법처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실제 정치 현실에서는 범죄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정치적 방패로 활용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나 기소를 하지 못하도록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청구하는 법원에 대한 견제 장치도 마련했기에 특권을 고집할 이유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평가다.
여론조사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주요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스스로의 특권 문제에는 손대지 않는다면 개혁의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역 없는 법 집행'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커진 만큼 국회의원 특권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체포특권을 제한하거나 면책특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의 개헌 또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들 다수가 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회가 대부분 면책을 해제하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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