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먹방 보고 왔어요"… '봄동 비빔밥' 유행에 청과물시장도 신바람

김나연 2026. 3. 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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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먹어 볼래요? 요즘 봄동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몰라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최성현(64)씨가 싱싱한 봄동 이파리를 툭 뜯어 내밀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청량리까지 장을 보러 왔다는 최모(86)씨는 "며칠 전 유튜브에서 봄동 비빔밥 영상을 봤다. 겉절이도 해 먹고, 자녀들 위해 비빔밥을 만들어 볼까 한다"며 장바구니 속 봄동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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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열풍 청량리 청과물시장 가보니]
시민들 "비빔밥 때문에 봄동 사러 왔다"
상인들 "젊은 사람 늘고, 외국인까지 와"
'두쫀쿠' 반작용? 가성비·건강 챙긴 유행
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봄동을 살펴보고 있다. 나민서 기자

"한번 먹어 볼래요? 요즘 봄동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몰라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최성현(64)씨가 싱싱한 봄동 이파리를 툭 뜯어 내밀었다. "음, 달짝지근하네." 손님들이 흡족한 표정으로 너도나도 장바구니에 봄동을 담았다. 다른 야채들은 판매대 뒷자리로 밀려난 지 오래다. 최씨는 "오전 10시 30분까지 봄동이 15㎏이나 팔렸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3배는 온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봄동 비빔밥' 열풍이 불면서 불경기에 시달리던 청과물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한국일보가 3, 4일 이틀간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아가 보니, 봄동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봄동 특수'를 맞은 상인들도 신바람이 났다.

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자신이 구매한 봄동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민서 기자

경기 남양주시에서 청량리까지 장을 보러 왔다는 최모(86)씨는 "며칠 전 유튜브에서 봄동 비빔밥 영상을 봤다. 겉절이도 해 먹고, 자녀들 위해 비빔밥을 만들어 볼까 한다"며 장바구니 속 봄동을 보여줬다. 딸 김혜린(22)씨와 시장을 찾은 양은희(46)씨도 "딸이 먹고 싶다고 해서 1만 원 주고 봄동 비빔밥을 배달시켰는데, 뜨거운 밥 때문에 봄동 숨이 죽어서 별로였다"며 "직접 봄동을 구해 비빔밥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8년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전남 영광군을 찾은 강호동이 봄동 비빔밥을 맛보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봄동 비빔밥 유행은 방송인 강호동의 먹방 영상에서 시작됐다. 강호동이 2008년 방송된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전남 영광군 편에서 마을 주민이 만들어 준 봄동 비빔밥을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가며 맛있게 먹던 장면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새롭게 발굴되면서 봄동 인기에 불을 지폈다.

상인들도 영상의 파급력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채 소매상 전정란(71)씨는 "어느 날 갑자기 손님이 많아져서 이유를 물어보니 강호동씨 영상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유튜브 영상을 상인들에게 보여주며 봄동을 사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물량이 달려 가격도 뛰었다. 통상 소매가 기준으로 1㎏에 3,000원 정도였으나 최근 4,000원으로 올랐다. 한 야채 도·소매업자는 "봄동 물량이 부족해 며칠간 못 팔았다"며 "가격도 많이 올라 마음에 드는 봄동은 못 구했다"고 아쉬워했다.

권모씨가 집에서 만들어 먹은 봄동 비빔밥과 우삼겹 된장찌개. 권씨는 "채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반신반의했지만, 생각보다 달고 식감도 아삭해서 맛있었다"고 평했다. 권씨 제공

소비자들은 봄동 비빔밥 인기 요인으로 '가성비'를 첫손에 꼽는다. 대학생 이윤민(19)씨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려면 외식비 1만 원은 드는데, 봄동은 가격이 저렴하고 비빔밥 만들기도 쉬운 데다 맛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앞선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유행의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두쫀쿠가 비싸기만 하고 몸에 그다지 이롭지 않은 고열량 음식인 반면, 봄동 비빔밥은 비용 부담도 적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SNS 영상을 보고 봄동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는 권모(27)씨도 "지금 아니면 먹기 힘든 제철 채소라는 점에 끌렸고, '두쫀쿠 하나 살 돈으로 봄동 3개 살 수 있다'는 말도 솔깃했다"고 말했다. 전모(29)씨도 "봄동 비빔밥이 궁금해 할머니가 텃밭에서 기르시는 봄동을 공수해 왔다"며 "두쫀쿠는 너무 달아 건강을 해치는 것 같았는데, 봄동 비빔밥은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고 웃음 지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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