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탐사보도] <3> 심는 것만으로는 부족…바다숲 성공 열쇠는 '사후 관리’

김웅희 기자 2026. 3.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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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강사2리·구평1리 바다숲 조성사업 성공요인 분석
바닷속 맞춤형 설계와 준공 이후 세심한 관리…바다숲 지속성 좌우
바다숲 조성사업이 효과를 거둔 포항시 구룡포읍 강사2리 해역. '수중저연승' 시설에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동해안 바다숲 조성사업의 성과는 해역마다 다르다.

같은 바다에 비슷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해조류가 소실된 반면, 다른 쪽에서는 바다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포항시 구룡포읍 강사2리와 구평1리 해역은 바다숲 조성사업이 제대로 정착한 사례다. 이들 해역의 성공은 '무엇을 심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가능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사업 주체는 먼저 해저 지형과 조류 흐름을 분석했다. 이후 자연 암반이 넓고, 항로와 어업활동에 영향이 없는 해역을 선택했다. 대상지는 수심 8~12m 구간으로 한정했다.

해저 지형 분석을 담당했던 업체의 담당 직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바다숲 조성은 단순히 해조류를 심는 일이 아니라, 환경을 읽는 일입니다. 해조류가 잘 붙고 성장하려면 환경조건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데,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한 곳이 두 해역이었습니다."

기존 공법과 다른 '수중저연승' 채택

바다숲을 조성하는 방식도 기존과 달랐다. 자연 암반에 해조류를 직접 이식하지 않았다. 대신 해조류 종자를 부착한 밧줄을 암반에 연결해 수중에 띄우는 '수중저연승' 방식을 채택했다. 파랑과 조류의 영향을 완충하면서 해조류가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설계했다. 초기 정착의 실패 위험을 크게 낮춘 방식이다.

구평1리 어민들은 수중저연승 방식에 대해 "바다에 억지로 손을 대는 대신, 바다의 속도를 존중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 어민은 "돌에 바로 붙이면 파도 한 번에 시마이(끝마침을 뜻하는 일본어)인데, 연승은 흔들리면서도 살아남았다"며 "해조류가 스스로 자리 잡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해조류도 현장의 요구를 반영했다. 다시마, 감태, 모자반 등 어민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해조류를 중심으로 종자 이식이 이뤄졌다. 조성 단계부터 어업활동과 어민 소득이 맞물린 구조였다. 특히 해조류 정착을 방해하는 성게 등 조식동물에 대한 선제적 구제작업도 병행됐다.

강사2리의 한 어민은 "보기에만 좋은 건 의미 없다"며 "감태랑 모자반부터 심었더니 고기들이 돌아오면서 어장이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그게 진짜 바다숲을 조성한 효과"라고 말했다.

안정성 고려한 공사 전략

시공 과정에서는 규모보다 안정성을 우선했다. 연승을 길게 연결하지 않고, 구간별로 나눠 설치했다. 일부 훼손이 전체 유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파도와 조류에 따른 하중을 분산시키는 구조도 적용했다. 공사 감독 관계자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며 "점검과 보수가 용이하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 장기적 안정에 기여했다"고 귀띔했다.

구평1리 해역에는 포스코 제강 슬러그를 활용한 인공어초도 대량 투입됐다. 이 인공어초는 해조류 종자가 부착되고 확산되는 기반 역할을 했다. 짧은 기간 안에 해조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산업 부산물을 현장 여건에 맞게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강 슬러그 인공어초가 바다숲 조성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해양생태계 회복에 기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후 관리가 갈라놓은 성패

이들 해역에서 성과를 거둔 결정적 요인은 '사후 관리'였다. 바다숲 조성사업 준공검사는 서류와 사진 확인을 통해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강사2리와 구평1리에서는 실제 현장점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수중저연승 상태, 해조류 정착 여부, 구조물 훼손 징후 등을 현장에서 잠수사가 직접 확인하며 즉각 대응했다.

현장 상태를 기준으로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도 이뤄졌다. 포항시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계절별 흐름에 따라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개선한다"며 "이런 일상적 관리가 바다숲을 지켜내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해역의 성공사례는 무작정 심는 바다숲에서 사람과 환경을 고려하는 바다숲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해조류가 자라고, 물고기가 돌아오고, 어촌 주민의 삶이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어민의 참여, 현장 중심 설계,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함께 일궈낸 성과다.

해양환경단체들은 강사2리와 구평1리 사례가 바다숲 조성사업의 향후 방향성이라고 평가한다. 단순 조성과 관리가 아닌, 생태계·경제·지역사회를 함께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해양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지자체는 현장 맞춤형 접근과 관리 시스템을 표준 모델로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해양생태계 전문가는 "바다숲 조성사업 실패 사례의 상당수는 해저 환경과 조류 조건을 무시한 획일적 공법에서 비롯됐다"며 "성공적인 조성 지역은 자연 암반, 수중저연승, 제강 슬러그 인공어초를 현장 조건에 맞게 적절히 조합한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장을 아는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 관리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포항시 구룡포읍 강사2리 해역에서 전문 다이버가 해조류 종자를 부착한 밧줄을 암반에 연결해 수중에 띄운 '수중저연승'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포항시 구룡포읍 구펑1리 해역. 포스코 제강 슬러그로 제작한 인공어초에서 해조류가 잘 자라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해양특별취재팀=신준민 기자 sjm@idaegu.com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한국재난구조단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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