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캐다 ‘딸기 농부’된 김형일 “金도 딸기도 땀·눈물을 먹고 자랍니다”[이헌재의 인생홈런]


김형일은 평생 자전거 안장에서 살아온 자전거인이다. 자전거가 좋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서울체중·고와 한국체육대를 나와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단거리인 스프린트 선수였던 그는 막판 삐끗하며 4위로 아쉽게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수준급 선수였다.

그는 이후 경륜 선수로 전향해 5년간 선수로 뛰었다.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건 아니지만 상금 랭킹 10위 안팎에 오르는 꽤 괜찮은 선수였다. 적지 않은 돈을 벌었고 삶도 윤택했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공부해 세계 최고의 자전거 기구인 국제사이클연맹(UCI)에서 일하는 꿈을 꿨다. 결국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스위스 프로팀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일하며 해외 활동 경험을 했다.
그의 자전거 인생은 2013년 대구시청 감독을 맡은 후 만개했다. 2024년 은퇴할 때까지 11년간 여러 차례 국내외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수많은 제자를 길렀다. 대한실업자전거연맹이 주는 최우수감독상을 9번이나 받았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이끈 여자 대표팀은 역대 한국 사이클 최고 성적인 금메달 5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소강체육대상 지도자상을 받았고, 2020년에는 체육훈장 맹호장까지 수상했다.

딸기는 겨울 작물이다. 대개 9월에 심기 시작해 12월부터 수확한다. 하지만 의욕이 넘쳤던 그는 욕심을 냈다. 더 일찍 심어서 더 늦게까지 수확해보려 한 것이다. 일명 ‘사계절 딸기’가 그의 새로운 목표였다.
하지만 처음 해 보는 농사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는 두 차례나 애지중지 키우던 딸기밭을 갈아엎어야 했다. 김형일은 “우리 스마트팜에 딸기 묘목 3만 주를 심었다. 육묘 하나에 800~900원인데 한 번 엎어질 때마다 금전적인 피해가 엄청났다”라며 “딸기는 워낙 예민한 작물이다. 낮에는 영상 25도, 밤에도 영상 7도를 맞춰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기세와 난방비 등을 포함해 큰돈이 날아갔다”고 했다.

사실 딸기밭에서 눈물을 흘린 게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성공이 절박했던 그는 매일 밤 농장에 혼자 와서 “제발 잘 자라 달라”며 울고 또 울었다. 그는 “마치 3만 명의 신생아를 키우는 심정이었다. 할 수 있는 건 ‘제발 잘 자라 달라’고 비는 것밖에 없었다”라며 “감독을 할 때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를 몰아세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딸기를 키울 때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딸기 농부로 이제 첫발을 뗀 그이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제2호 농장, 제3호 농장을 지어 규모를 키우고 딸기 전문 카페까지 차리는 것이다. 딸기 전문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글로벌 딸기 브랜드도 크게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일본에서 처음 생긴 오이시란 딸기 회사는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로 미국 등에서 엄청난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그 회사를 벤치마킹에 제대로 된 브랜드 딸기를 만들어 보는 게 그의 새로운 꿈이다.


그는 또 “아들에게 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그친 내 한을 풀어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 “그래도 아빠가 못 나가 본 올림픽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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