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듐 4달 새 2배 뛰어도 만들면 팔려"… 물 들어온 '전략광물 허브' 온산제련소

김경준 2026. 3.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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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가보니
반도체·태양광 대체 불가 소재 '인듐'
톤당 가격 4달 만에 6억→10억 원
작년 전략광물 매출 2.5배 껑충
미국 제련소, '미니 온산'으로 건설
탈중국 공급망·독보적 기술력 강점
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직원이 지게차로 완성된 아연 제품을 나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이게 인듐입니다. 연간 100톤 생산이 목표이고 90%는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합니다. 작년 10월만 해도 톤당 6억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억 원을 웃도는 가격에 나갑니다."

이달 5일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1공장. 전종빈 전자소재팀 책임이 진공 포장까지 마친 채 출하를 앞둔 인듐괴 앞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인듐은 대표적인 전략광물 중 하나다.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수요는 여전해요. 재고는 통상 2, 3톤에 불과한데 그것마저도 이미 어디로 나갈지 다 정해진 상태죠."

만드는 족족 팔린다는 얘기다. 인듐은 반도체·차세대 태양전지·디스플레이 생산 때 '대체 불가능한' 핵심 소재인데도 생산량은 낮다. 독립된 별도 광산에서 채굴하는 게 아니라 아연정광(아연 광석을 파쇄해 불순물은 제거한 가루 형태의 중간 원료)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아주 소량만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다. 구매자보다 파는 사람이 '슈퍼 을'이 되는 이유다.

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전략광물 인듐이 포장 상태로 적재돼 있다. 고려아연 제공

인듐을 비롯한 전략광물의 글로벌 생산량 중 약 70%는 중국이 틀어쥐고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광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서방국가들에 고려아연은 놓칠 수 없는 공급망이다.

아예 미국은 고려아연에 현지 제련소 건설을 제안했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발표한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 계획이 그 결과다. 총 투자금 11조 원 중 10조 원가량을 미국 정부·기업이 댄다. 조건은 온산제련소처럼 전략광물 생산이 가능한 복합 제련소를 짓는 것. 김승현 온산제련소장은 "미국에 온산제련소의 딱 절반인 연산 55만 톤 규모 비철금속 복합 제련소를 지을 계획"이라면서 "엔지니어 60명 정도가 국내에서 미국 업무를 맡고 있으며, 10월 이후 현지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제련소는 2029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용 부두인 온산항에서 선박이 원재료를 하역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미국이 콕 찍어 '온산제련소 모델'을 제안한 이유는 온산제련소의 강점인 △탈중국 원료 수급망 △독보적 기술력 △친환경 제련소로 요약된다.

'탈중국 전략광물 기업'이라는 점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에서 고려아연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 중국은 글로벌 전략광물 원재료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은 호주(24%) 미국(15%) 멕시코(14%) 볼리비아(12%) 페루(10%) 등 중국 외 지역에서 모든 원료를 들여온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은 전략광물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전략광물 매출은 2024년 1,810억 원에서 지난해 4,600억 원으로 2.5배 이상 뛰었다.

고려아연이 전략광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납)·동을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광물들은 복합 제련 과정의 부산물에서 뽑아낸다. 단일 광종만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련소에서 부산물은 그저 폐기물일 뿐이다. 고려아연은 원재료를 끓이고, 부식시키고, 전기분해하는 다양한 공정 속에서 인듐, 안티모니, 비스무트, 카드뮴, 텔루륨, 팔라듐 등 고품질의 전략광물을 만든다. 순도는 최소 99.99%, 인듐은 99.999%에 달한다.

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2공장에서 자동화 공정으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을 통해 아연 회수율을 통상적인 85%보다 훨씬 높은 최대 99%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높은 회수율과 부산물 처리 공법으로 폐기물은 최소화한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 잔재처리(TSL) 공법은 최종 잔여물까지 산업용 골재와 시멘트 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환경규제가 엄격한 미국이 고려아연을 점찍은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적지 않다. 제련소들의 골칫거리인 폰드(pond·제련 잔재물 저장소)는 이제 고려아연엔 존재하지 않는다. 폰드가 있던 자리는 새로운 전략광물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 공장 부지로 낙점됐다. 김 소장은 "친환경 기술이 미국 진출에 신의 한 수가 됐다"며 "내년 말부터 게르마늄, 갈륨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데,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공장에는 더 정교한 공정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군=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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