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부산물도 전략광물로…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연금술’ [르포]
고려아연 '심장' 온산제련소를 가다
부산물→전략광물로 '환골탈태'…통합공정 '주목'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중장기 성장⋯美 제련소로 확장

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3부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용 부두에 정박한 한 대형 화물선에서는 원료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골 구조물 사이로 길게 뻗은 크레인이 깔때기 모양의 호퍼(원료 투입구)로 정광을 내려보냈다. 하역된 정광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원료 보관 창고로 이동한 뒤, 트럭에 실려 제련소 내부 공정으로 들어간다. 바다를 건너온 원료가 부두와 창고, 공장을 거쳐 고려아연 제련 공정에 흘러 들어가는 첫 관문이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1978년 4월 아연 제련공장 준공 이후 반세기 가까이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 월드컵 축구 경기장 18~19개 규모 부지에 공장 7곳과 자체 부두를 갖췄고, 아연·연·구리·금·은·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비철금속 10여 종을 연간 100만t(톤) 이상 생산한다. 2024년 기준 아연은 63만t, 연은 44만5000t 생산해 모두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버릴 게 없는 공정’이었다. 일반 제련소는 목적 금속을 추출한 뒤 부산물을 폐기 대상으로 여기지만,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통합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다른 공정으로 보내 순환·농축한 뒤 비스무트와 인듐,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회수해서다.
김승현 온산제련소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 공장, 연 공장, 동 공장이 통합된 구조”라며 “각 공정의 부산물을 서로 주고받으며 처리하는 기술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자회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까지 준공하면 고려아연은 ‘아연-연-동-니켈’로 이어지는 4대 비철금속 통합공정을 구축하게 된다.

실제 제련소 곳곳에서는 부산물이 새로운 소재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고려아연의 인듐 공장에서는 출하를 앞둔 5㎏짜리 은빛 인듐 제품이 진공 포장된 채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제품에는 사실상 최고 수준임을 의미하는 파이브 나인(99.999%) 표시도 적혀 있었다. 이 제품은 90% 가까이 해외로 수출된다. 고려아연은 연평균 100~150t을 생산하며 세계 인듐 수요의 약 11%를 공급하고 있다.
전종빈 전자소재팀 책임은 포장된 인듐을 가리키며 “5㎏짜리 한 개 가격이 500만원 정도로, t당 10억원 수준”이라며 “최근 중국의 수출 통제와 글로벌 전략광물 확보 이슈가 겹치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인듐은 모든 평판 디스플레이 화면과 터치스크린에 사용되는 투명 전도성 산화물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형태로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반도체, 나아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까지 거론되며 수요가 느는 추세다.

안티모니 공장 역시 20㎏ 단위의 제품이 묶음으로 적재된 채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윤근 귀금속팀 파트장은 “요즘 안티모니는 방염제 분야에서 제일 수요가 많다”며 “절반은 국내로 절반은 수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연간 약 3500t을 생산하며 지난해부터는 군사·방위 산업용 수요 증가로 미국 수출도 본격화했다.
고려아연의 근간인 아연 주조 공장에는 아연 제품이 성인 키보다 높이 쌓여 있었다. 김종학 주조팀 팀장은 “용해로에서 나온 금속이 몰드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 뒤 제품이 나오면 로봇이 밴딩과 포장을 맡는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생산을 넘어 새로운 성장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 중이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 있다. 미국 제련소는 온산제련소 모델을 기반으로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가 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미국 프로젝트가 온산제련소를 더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AI, 로보틱스, 오토메이션, 디지털 마이그레이션 등의 기술과 설비를 적용하며 온산제련소와 미국 제련소 모두 상호 발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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