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현장] "이제 제 나이가... 올해가 마지막이란 각오"... '어른의 축구'를 해나가는 최고참 기성용의 고백
(베스트 일레븐=김천)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담담했지만 묵직한 말이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기성용이 또 하나의 시즌을 시작했다. 많은 것을 이룬 선수다. 유럽 무대와 국가대표팀, 그리고 K리그까지. 하지만 지금 그의 시선은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 팀'과 '지금 경기'에 가 있다.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의 2026시즌 개막전이 끝난 뒤 만난 기성용의 표정에는 만족과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1-1이라는 경기 결과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팀이 보여준 버팀과 에너지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후반전에 퇴장이 나오면서 숫자가 불리해졌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잘 버텨줬습니다. 물론 3점을 따면 좋았겠지만, 퇴장 상황을 생각하면 승점 1을 원점에서 가져온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천 상무와의 개막전은 여러 면에서 쉽지 않았다. 전력 누수도 있었다. 팀에는 부상자가 있었고, 몇몇 핵심 선수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대신 그 공백을 메운 건 젊은 선수들이었다.

기성용은 그 점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아직 제 몸 상태도 100%는 아닙니다. 팀에도 부상자가 좀 있고요. 그런데 오늘 보셨다시피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고요. 이 선수들이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포항의 2026시즌은 어느 때보다 젊다. 세대 교체의 흐름이 분명하다. 경험 많은 선수들은 줄어들었고, 대신 가능성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 사이에서 기성용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
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성용은 1989년생으로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 그는 "이 나이에 제가 모든 경기를 다 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려고 합니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그의 관심은 기록이나 출전 시간이 아니다. 팀의 균형이다. 젊은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지금 기성용이 생각하는 베테랑의 역할이다.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큰 부담을 주면 안 되겠죠. 옆에서 도와주면서 팀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혼자가 아니다. 포항에는 또 다른 베테랑 신광훈이 있다. 1987년생인 신광훈은 여전히 팀을 지탱하는 중심이다. 기성용은 2살 선배 신광훈을 이야기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광훈이 형 앞에서는 제가 할 말이 없죠.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아직까지 팀을 지탱하고 있잖아요. 정말 대단한 선배고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용에게 신광훈은 단순한 동료 이상의 존재다.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게 만드는 기준점 같은 선수다. "저도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광훈이 형을 보면 더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사실 기성용에게 '나이'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녔다. 유럽 무대에서 긴 시간을 보냈고, 대표팀에서도 수많은 경기를 치렀다. 그만큼 몸 관리와 자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늘 뒤따른다.
그 역시 그 질문을 피해 가지 않았다. "당연히 배울 게 많죠. 광훈이 형은 축구에 정말 진심이고 몸 관리에도 굉장히 철저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저한테도 큰 자극이 됩니다."

포항의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분명이 감지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태도나 열정, 에너지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팀이 전체적으로 젊어졌고 작년보다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중심을 잘 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성용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다. 월드컵, 프리미어리그, 수많은 국가대표 경기. 그러나 지금 그의 축구는 예전과 조금 다르다. '화려함'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시즌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는 기성용은 "경기를 몇 분 뛰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팀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라며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담담한 어조를 보였다.
이번 시즌 포항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전선을 누비고, 베테랑이 그 뒤를 받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성용이 있다. 어쩌면 그는 지금, 선수로서 가장 '어른다운' 축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연맹,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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