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인터뷰] "브라질서 깨달았다... '좋은 축구'만으로는 못 이긴다는 걸"... 지구 반대편서 돌아온 이관우, 다시 빛날 채비 마친 '시리우스'
(베스트 일레븐)

브라질은 멀다. 그것도 상당히. 지구 반대편, 물리적 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 철학도, 문화도, 경기장의 공기도 다르다.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플레이메이커였던 이관우 전 안산 그리너스 감독은 그 낯선 곳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지도자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예상과 다른 브라질을 봤다. '삼바 축구'의 낭만보다는, 승부를 위해 이를 악무는 전쟁 같은 축구였다.
"팬들은 브라질 하면 화려한 개인기나 드리블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까 완전히 달랐어요. 즐기는 삼바 축구요? 아뇨. 오히려 전쟁처럼 이기기 위한 경기를 준비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 감독은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 주리그 팀 말링가(현지 발음 '마링가')에서 기술 파트로 합류해 현지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축구를 배웠다. 지도자 경력으로는 아직 길지 않지만, 선수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던 그는 지도자로서도 자신의 색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을 찾고 있다.

"'지금' 아니면 못 올 것 같았다"
사실 브라질행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구 반대편이다. 언어도, 문화도, 축구 시스템도 다르다. 하지만 그는 고민 끝에 비행기에 올랐다.
"솔직히 쉽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 나이에 이 시기가 아니면 못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마음 먹고 온 거죠."
브라질에서 그의 역할은 전통적인 '코치'와 조금 달랐다. 전술과 분석, 훈련 계획을 함께 논의하는 기술 파트에 가까웠다. 이 감독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분석가들의 위상이었다.
"여기는 분석관을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훈련 플랜도 같이 짜고 감독과 계속 소통해요. 한국에서는 코칭스태프 중심이라면 여기는 유럽처럼 분석 파트가 큰 역할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감독은 현지 감독과 하루에도 여러 번 미팅을 하며 축구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감독은 상파울루 주리그에서만 약 500경기를 지휘한 베테랑이었다. 그렇지만 감독은 축구 변방의 젊은 지도자를 존중했다. 둘은 서로의 철학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저는 경기 운영에서 허리를 중요하게 보는 스타일이에요. 미드필드를 활용하는 축구죠. 그런데 그 감독은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를 과감히 생략하고 사이드를 활용하는 방식도 많이 쓰더라고요. 선수 구성에 따라 철학을 유연하게 바꾸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삼바'보다 '압박'
브라질 축구를 떠올리면 흔히 '조가 보니토(Joga Bonito)'라는 표현이 먼저 나온다. 아름다운 축구. 그러나 이 감독이 본 현장은 조금 달랐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강력한 압박이었다.
"여기 팀들은 하이프레싱을 정말 많이 합니다. 상대와 상관없이 도전적으로 압박을 걸어요. 강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선수 개인 기량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정말 좋다. 그래서 '아, 이래서 브라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다만 리그 간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았다고 했다.
"1부, 2부, 3부 경기를 다 봤는데 사실 한 끗 차이였습니다. 실수 하나에서 승패가 갈리더라고요."
이 감독은 농담처럼 말했다. 한국의 천재 미드필더가 만약 브라질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
"디렉터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나랑 일찍 만났으면 브라질에서 좋은 선수 됐을 거다'라고요."

계획보다 짧았던 연수
원래 계획은 6개월이었다. 브라질 축구의 시스템, 선수, 나아가 경영 구조까지 최대한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을 품고 날아갔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있으면서 시쳇말로 많이 '뽑아먹고' 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까 경영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하지만 일정은 예상보다 빨리 바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TSG(Technical Study Group) 위원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브라질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브라질에서 인정받으려고 온 건 아니었습니다. 부족한 걸 채워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이 그 말을 했을 때…"
이 감독에게 지도자의 길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안산 그리너스에서 감독을 맡으며 K리그 현장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남았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도 있다.
"얼마 전까지도 선수들이 연락을 합니다. 제일 가슴 아팠던 말이 있어요. '감독님과 한 번 더 좋은 축구 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아직도 이 감독의 가슴 깊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준비한다. 이제는 결과까지 보여주는 감독으로 진화하려 한다.
이 감독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색깔 있는 축구'에서 '결과까지 내는 축구'로의 진화다.
"예전에는 나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 결과까지 챙기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브라질에서 배운 것, 안산에서의 경험, 그리고 귀국해서 맡게 될 TSG 활동까지. 그는 모든 경험을 섞어 다음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어느 팀에 가든 내가 어떤 축구를 할지, 어떤 플랜을 만들지 준비된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돌아온 이 감독은 여전히 '과정' 위에 서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다음에 그가 벤치에 앉을 때, 그 축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 있을 거란 사실이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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