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들이받자 태양 공전도 변화…NASA ‘다트' 실험 효과 확인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할 수 있는지 검증한 우주 실험에서 소행성의 태양 공전 궤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라힐 마카디아 미국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 연구원팀은 2022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이중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관련 전 세계 관측 자료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2022년 DART 우주선은 소행성 위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의도적으로 충돌했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약 170m의 소형 천체로 지름 약 805m의 더 큰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 위성이다. 중력으로 연결된 두 천체는 '쌍소행성계'라 불리는 구조 안에서 공통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서로의 주위를 공전한다.

충돌은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주위를 도는 궤도뿐 아니라 두 소행성 모두의 태양 공전 궤도까지 변화시켰다. 충돌 후 쌍소행성계의 770일짜리 태양 공전 주기가 몇 분의 1초 변화한 사실이 관측으로 확인됐다.
공전 속도는 시간당 약 5㎝ 빨라졌고 공전 주기는 약 150밀리초 짧아진 것으로 계산됐다. 인간이 만든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의 궤도를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바꾼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충돌 당시 거대한 암석 파편 구름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면서 지름 디모르포스의 형태가 바뀌었다. 파편은 자체 운동량을 가진 채 소행성에서 멀어지며 디모르포스에 폭발적인 추진력을 부여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운동량 증폭 계수(momentum enhancement factor)'라 부른다.
연구팀은 DART 충돌의 운동량 증폭 계수가 약 2로 파편 방출이 우주선 단독 충격보다 2배에 달하는 힘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DART가 두 소행성 모두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하려면 디디모스의 태양 공전 궤도를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연구팀은 레이더 및 지상 관측 자료 외에 '항성 엄폐(stellar occultation)' 현상도 추적했다. 항성 엄폐란 소행성이 특정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으로 소행성의 속도·형태·위치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이다.
소행성이 특정 별 앞을 지나는 경로를 추적하려면 수 킬로미터씩 떨어진 여러 관측 지점에서 정확한 시간에 대기해야 한다. 연구팀은 2022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22회의 항성 엄폐를 기록한 전 세계 자원봉사 천문학자들의 협조를 받았다.
토머스 스태틀러 NASA 본부 태양계 소천체 수석 과학자는 "궤도의 아주 미세한 변화라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상당한 방향 전환으로 커질 수 있다"며 "연구팀의 정밀한 측정은 운동 충격이 소행성 위협 방어 기술로서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마카디아 연구원은 "쌍소행성계의 공전 속도 변화는 초당 약 11.7마이크로미터, 시속 약 4.3㎝에 해당한다"며 "이처럼 작은 변화도 시간이 지나면 위험 천체가 지구에 충돌하느냐 빗나가느냐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디모스는 지구와 충돌 궤도에 있지 않았고 DART 임무로 그런 궤도에 놓일 가능성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은 언젠가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이 발견됐을 때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행성 궤도를 바꾸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위험 소행성을 최대한 일찍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NASA는지구 근처 소행성을 미리 탐지하기 위한 차세대 우주 탐사 망원경 'NEO 서베이어(NEO Surveyor)' 개발 중이다.
<참고자료>
science.org/doi/10.1126/sciadv.aea4259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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