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국제유가 급등⋯ ‘150달러’ 시나리오까지

국제유가가 중동 리스크에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비자발적 감산까지 겹치며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넘어 ‘150달러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란이 항복하지 않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안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한 주 WTI 상승률은 35.63%로, 가격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주간 28%가량 치솟으며 2020년4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이 커졌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해협 봉쇄가 수주 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세계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의 시각도 비관적이다. 바클레이스도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돌파, 상황이 악화될 경우 150달러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대상으로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전쟁 위험 재보험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물리적인 봉쇄 상황이 이어지는 한 금융 지원만으로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중동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가 시장 불안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최근 하루 150만배럴 규모의 감산에 들어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반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생산한 원유를 저장할 여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쿠웨이트 역시 저장시설 부족 문제로 긴급 생산 조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협 봉쇄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감산 규모가 하루 600만배럴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근 산유국들까지 공급 축소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급 불균형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시장은 이미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는 분위기다. 공급 차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선물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향후 변수는 OPEC+의 대응이다. OPEC+ 8개국은 4월부터 하루 20만6000배럴 규모의 감산 완화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증산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 되돌릴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들이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한계로 인해 생산을 못 하게 된 상황이라 해결이 더 어렵다”며 “당분간 국제유가가 ‘급등 후 안정’을 반복하는 고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