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도는 커지는데 우리 동네는 더 작아질 수도” 행정통합이 부른 ‘지방소멸의 역설’

전남=김현지 기자, 대구=변문우 기자 2026. 3.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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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출범…현장 민심은 기대와 회의 교차 
“지원 말뿐이면 작은 동네 더 쪼그라든다” 곳곳에서 불안한 시선 
인구감소지역 특례 담겼지만 실행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

(시사저널=전남=김현지 기자, 대구=변문우 기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 3월2일 오전 9시 무렵. 전라남도 목포역 앞에서 하루 10차례 운행하는 버스에 올라 서쪽으로 30분쯤 향하니 신안군 압해읍에 닿았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남성 김성훈씨(가명)는 전남광주행정통합특별법 처리에 대해 시큰둥했다.

"광주랑 전남을 합치는 건 신안 사람들은 다 알죠. 그런데 우리 지역에 특별히 이익이 될 거란 기대는 개인적으로 안 해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친구들은 여기 없어요. 모두 목포나 광주, 아니면 서울로 이미 갔죠. 토박이 동창들 중 저만 남았어요.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오히려 광주나 전남 내 더 큰 지역으로 나가지 않을는지…."

나주 빛가람동 일대에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전경(큰 사진), 영암군 삼호읍에 걸린 현수막과 목포 상권 중심지를 걸어가는 시민들 모습(작은 사진) ⓒ뉴시스·시사저널 김현지

인구감소지역 안에서의 '양극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행정통합이 현실이 됐다. 3월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서 올해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통합특별시장이 선출된다. 하지만 김씨처럼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일부 지역민은 이를 마냥 반기지만은 않았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 인구수는 지난 2월 기준 4만1889명.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다 최근에야 약간 반등한 결과다. 이곳은 행정안전부가 2021년 10월 지정(5년 단위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하나다. 전남 전체 인구수(약 178만 명)의 2% 정도다. 김씨는 "인구감소지역이라지만 지원금이나 혜택을 특별히 더 받는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도 이러한데 통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김씨와 다른 반응을 보인 지역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행정통합이라는 구체적 내용을 아예 알지 못하지만 지원해 준다면야 좋을 것 같다"는 80대 여성 최순희씨(가명), "민주당 정치인들이 하는 일인데 할 말이 있겠느냐.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는 60대 남성 최우식씨(가명)가 그랬다. 김씨의 식당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이성미양(가명)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이양은 "결과적으로 우리 지역이 더 커지는 거니 좋다"며 "'촌캉스'(시골과 바캉스를 합친 단어)도 많이 하는데 통합까지 되면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동네에 산부인과가 없어 목포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이양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목포행 버스에 올랐다.

압해읍은 신안군 행정구역 24곳 중에서도 인구수 1위 지역(2월 기준 6453명)이다. 목포시와 가까워 유동인구도 많다. 이곳조차 지역민들의 반응에 차이가 있듯, 다른 인구감소지역 분위기도 비슷했다. 특히 전남 영암군의 경우 목포시 인접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반응이 크게 달랐다. 대불산업단지가 있는 영암군 삼호읍에 도착한 이날 오후. 거리에는 행정통합에 따른 지역 미래 전략 세미나를 예고하는 현수막이 보였다. 30대 택시기사 문상식씨(가명)와 자영업자 신나리씨(가명)는 이구동성으로 산업단지가 있고 목포 등과 가까운 만큼 행정통합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이 높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앙촌마을회관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200조(실제 20조원)인가 준다는 거 아니냐"며 "우리 지역에서 사람이 (더 큰 곳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겠지만, 일단 지원해 준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기서 자동차로 20분쯤 거리에 있는 학산면 신덕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들은 행정통합 사안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인근 청년회관에 모여 있던 고령의 지역민들은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영암군 전체 인구(5만69명) 중 삼호읍 지역민이 2만855명으로 가장 많다. 학산면은 2773명으로 영암군 읍·면 11곳 중 6번째다.

3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뉴시스

"개발에 쏠리면 작은 동네는 더 쪼그라들 것"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정책 추진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국토균형발전,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성 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협력·공생하는 산업균형발전으로 모두의 성장을 이뤄나가겠다"는 것이다. 핵심 정책은 '5극3특'이다. 5개 초광역권인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대구·경북 △충청 지역의 중부권 △전남 지역의 호남권, 그리고 △제주 △강원 △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남광주행정통합특별법에는 수도권 1극 체제, 지방 소멸 위기 해소, 인공지능·에너지·문화수도 성장 조치 등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중앙행정기관 권한 이양부터 규제 완화, 재정 분권 등이 핵심이다.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도 규정됐다. 혁신도시 개발, 석유화학·철강·조선 등 국가기간산업, 초광역 교통사업, 우주·인공지능·드론·반도체·로봇 등 국방산업, 모빌리티, 원자력·태양광 등 첨단산업 육성 관련 행정·재정 지원이 망라돼 있다. 정부는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전남은 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행정·재정상 이익도 누릴 수 있다.

행정통합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항도 포함됐다. 벽지 노선 운행에 따른 손실 일부, 도서·벽지 주민 교통·물류 편의 증진을 위한 지방관리항만 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균형발전기금 설치·운영,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영유아 교육 및 보육 지원, 인구감소지역 및 인구감소관심지역 관련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통합특별시장의 권한도 명시됐다. 하지만 영유아 교육과 보육 지원 등은 강제성이 없는 데다, 향후 조례를 통해 구체적 지원 대상 등이 정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첨단산업 지원에만 무게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목포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윤영미씨(가명)는 "에너지와 관련해 해남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남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목포에도 사람들이 모일지 관심이 높다"며 "다만 목포 시민 중 상당수가 과거 무안 신도시가 조성됐을 때 나간 것처럼 첨단산업 등 개발 위주 정책에 힘이 쏠리면 목포를 비롯해 인구가 적은 전남 동네들은 더 작아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연휴인 3월2일 저녁 7시 무렵, 윤씨의 가게 인근 상권가는 문을 닫은 가게가 즐비해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른 지역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애초 충남·대전 지역 현역 단체장을 둔 국민의힘에서는 행정통합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민주당 주도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했다. 이 지역 단체장들도 반대 뜻을 드러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2월24일 소셜미디어에 야당과 지역민이 반대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도 법안 처리를 미뤄둔 상황이다.

"호남 해주고 TK 안 해주면 지역 갈등"

문제는 대구·경북 지역이다. 다른 지역보다 먼저 통합이 추진된 곳이다. 하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 등을 둘러싼 이견이 노출됐다. 국민의힘도 방향을 못 잡다가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다. 지역 민심도 싸늘하다. 3월2일 대구시 동대구역에서 만난 60대 남성 황우식씨(가명)는 한숨만 내쉬었다. "대구경북통합법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무산된 거라고 하더라. 국민의힘은 밀어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대구 군위군에 거주한다는 그는 "이미 대구에 통합된 군위도 지금까지 지역 내 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지역은 민생지원금 50만원을 줬는데 우리 군위군만 이번에 민생지원금을 똑같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지금도 상황이 이러한데 행정통합이 된들 달라지는 게 있겠나"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경상북도 경산시에 거주하는 50대 택시기사 김훈식씨(가명)의 반응도 비슷했다. 김씨는 "경제는 계속 무너지고 젊은이들은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행정통합을 하면 땅도 넓어지고 세수도 늘어난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서문시장에서 만난 30대 자영업자 강희수씨(가명)는 "행정통합이 되면 쓸 수 있는 지역 예산도 늘어나고 그만큼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우리는 해주지 않게 되면 또 지역 갈등만 생기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대구 상권에서는 거리마다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4분기 통계에 따르면, 대구 평균 공실률은 전국 평균(8.1%)을 웃도는 9.8%로 집계됐다. 번화가인 동성로 중심가(15.0%)와 서문시장 인근(10.1%),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범어 일대(19.4%)의 경우 두 자릿수를 넘겼다. 실제로 동성로, 서문시장, 성서산업단지 일대에서는 임대 문구가 붙은 상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문시장 앞 큰장네거리 쪽, 대구 신도시 권역인 태평로 일대에 있는 일부 건물과 아파트의 불은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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