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 폐쇄? 육지로 간다”…노약자 우선 배려 ‘K-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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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앞에서 견고해 보이던 시스템이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중동 사태가 벌어지자 두바이 국제공항 출발 전광판이 운항 취소를 알리는 붉은색 알림으로 물들었습니다.
K 여행객들은 하늘길을 통해 아랍에미리트를 벗어날 방법이 완전히 차단되자 육로를 이용해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K 민첩성은 해상에서도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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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에미리트 영공 폐쇄에 3,000명 단톡방이 '관제탑' 역할...스스로 중동 탈출로 개척
전쟁 앞에서 견고해 보이던 시스템이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중동 사태가 벌어지자 두바이 국제공항 출발 전광판이 운항 취소를 알리는 붉은색 알림으로 물들었습니다.
항공사 콜센터가 마비되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공항 바닥에 주저앉아 막막하게 하늘만 바라보던 그 시각, 한국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었습니다.

■'무한 대기' 대신 '데이터'…스스로 관제탑이 되다
항공사가 비행기 티켓 취소 메일을 날려 탑승객을 좌절에 빠지게 한 그 시각, 한국인들의 단체 채팅방은 이미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의 베이스캠프가 됐습니다.
채팅방 참여자 중 한 명이 "방콕행은 정상 운항한다"는 정보를 올리자 다른 이용자는 해당 정보를 검증했습니다.
“방콕행은 좀 이상하네요. 전산 오류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제대로 확인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디 '압다비' , 3월 3일)
항공 실시간 추적 앱 ‘플라이트레이더(Flight Radar)’를 직접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도 공유됐습니다.
“Flight Radar와 공항 홈피(홈페이지)를 보니
현재까진 제다 출발 국제선 캔슬은 많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현재 제다에 계신 분 있으실까요?”
(아이디 '운동하는 라이언', 3월 7일)
공포와 막연한 불안감 대신 데이터가 한국인 단톡방의 정보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타국 여행객들이 정보의 진위를 가리지 못해 우왕좌왕할 때, 한국인들은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 되는 사실 즉 '팩트'를 기반으로 다음 수를 읽었습니다.

■“영공이 막혔어? 그럼 땅으로... 오만 통한 제3국 경유 탈출”
K 여행객들은 하늘길을 통해 아랍에미리트를 벗어날 방법이 완전히 차단되자 육로를 이용해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센서 스튜디오)은 현지 교민과 의기투합해 ‘오만 국경 육로 탈출’을 지원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비자 문제와 오만까지 이동할 차량 수배였지만, 민간 네트워크의 움직임과 정보 공유는 기민했습니다.
UAE 탈출방이라는 제목을 단 채팅방에는 “오픈채팅봇: 현재 순차적으로 가능한 사람들끼리 묶어서 오만으로 이동 중입니다. 탈출 경로는 여행사와 연락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쉼 없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단체 채팅방을 운용하는 유튜버 '센서스튜디오'와 그를 도와 한국인들의 UAE 탈출은 지원한 스텝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봇을 활용해 인원을 조별로 묶고 오만행 버스를 수배하는 등 탈출 작전을 체계적으로 전개했습니다.
정부가 이란과 이스라엘 교민 탈출 작전에 집중하자 걸프지역에선 민간이 스스로 먼저 길을 뚫은 셈입니다.

K 민첩성은 해상에서도 확인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한국 국적 유조선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공식 경고가 발령되기 직전, 긴박한 정세를 감지하고 전속력으로 위험 해역을 벗어났습니다.
기름을 가득 실은 해당 선박은 현재 한국으로 항해중입니다.
■포탄 피한 버스 대기하면서도…"어르신 먼저, 조금만 양보해주세요"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자폭 드론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상황에서도 K 여행객들은 약자를 먼저 챙겼습니다.
"어르신들 계신 조는 먼저 버스 타실 수 있게 배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들 예민하시겠지만 조금만 양보 부탁드려요."
공지도 강제도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제안 하나에 채팅방은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국경 통과 팁도 공유됐습니다.
K 여행객들은 하늘길이 막힌 아랍에미리트에서 오만으로 향하는 길을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췄습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연대로 바뀐 채팅방에는 마침내 무사귀환을 전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3월 6일 새벽 1시 43분, 고립의 터널을 가장 먼저 빠져나온 한 여행자가 소식을 전했습니다.


UAE 탈출 성공담은 전장의 한복판에 남겨진 이들에게 단순한 인사를 넘어선 연대의 메시지였습니다.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확보한 항공편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유하며 “캔슬 안 나요! 제가 전화 다 해보고 확인했어요”라고 외치며 남은 이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전쟁이 시스템을 멈춘 자리에서 민첩한 한국인들은 서로의 관제탑이었고, 서로의 방패였습니다.
기약 없는 대기 대신 ‘클릭’과 ‘연대’를 택한 2000여 명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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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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