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집 차렸다가 폭망했네요”...인건비 안 드는데도 못 버틴 이유는
냉장고 24시간 풀가동
한달 전기료만 60만원
인형뽑기 집도 전기료 폭탄

“아 조금만 더 가면 뽑을 수 있었는데!”
늦은 밤 홀로 환하게 빛나는 오락실에 20대 청년들이 모여들어요. 예전 오락실을 가득 채웠던 ‘펌프’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은 찾기 어렵죠. 그 자리는 인형 뽑기 기계와 네 컷 사진관이 점령했어요. 매장에 직원도 보이지 않아요. 동전은 기계가 바꿔주죠.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가게를 운영에 드는 돈은 크게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뉘어요. 고정비는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상관없이 달마다 규칙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예요. 매장 월세나 기계 빌리는 돈, 보험료가 여기 들어가죠. 변동비는 손님이 많아지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같이 늘어나는 돈을 말해요. 재료비나 알바생에게 주는 월급이 대표적인 변동비에 속해요.
2021년 최저시급은 8720원이었어요. 2026년 지금은 1만320원이죠. 5년 만에 무려 18%나 올랐어요. 사장님들이 내야 하는 변동비인 알바생 월급이 껑충 뛴 거죠. 인건비가 계속 오르니 사장님들은 매달 나가는 고정비를 조금 늘리더라도 언제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변동비를 아예 없애는 쪽을 고르고 있어요. 비싼 키오스크를 사는 고정 비용을 기꺼이 내면서라도 사람을 쓰지 않고 인건비를 0원으로 만드는 거에요. 변동비 줄이기 유행은 우리 일상 곳곳으로 퍼지고 있어요. 스토어랩스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에 전국 무인점포 수는 1만2000개 정도예요. 3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어요.
무인 카페나 프린트 가게 말고도 아주 다양한 무인 매장이 새로 생기고 있어요. 종로 골목길에는 수십 가지 라면을 입맛대로 끓여 먹는 24시간 무인 라면 가게가 생겨 외국인 관광객 마음까지 쏙 빼앗았어요. 스크린골프장 역시 스마트폰 앱으로 자리를 고르고 돈을 내는 무인 방식을 가져왔죠. 밤에도 직원 없이 계속 가게 문을 열 수 있어요. 심지어 무인 해산물 판매점이나 계란 할인점까지 주인 없는 가게 모습은 끝없이 바뀌고 있어요.

A씨는 매일 매장에 들러 냉동고 얼음을 긁어내고 바닥에 떨어진 포장지를 직접 치워요. 아이스크림이 잘 안 팔리는 계절엔 이벤트도 진행하죠. 직원을 두지 않는 대신 사장님이 끊임없이 몸을 써야 하는 반무인 가게나 다름없어요.
쉽게 차릴 수 있다보니 경쟁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어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형 뽑기방 10곳 가운데 3곳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어요. 국세청 자료를 보면 무인 아이스크림점은 해마다 수천 개가 생기지만 1~2년 안에 문 닫는 비율이 다른 일반 가게보다 훨씬 높죠.
장사 그만두기도 쉽지 않아요. 무인 결제 기계 빌리는 계약 기간이 있거든요. 첫 설치 비용이 무료라는 말에 36개월씩 길게 계약을 맺었다가 장사가 잘 안돼서 가게 문을 닫으면 남은 기계값에 위약금까지 수백만 원이 넘는 벌금을 물어내야 해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한 해 처리한 분쟁조정 사건 28%가 렌탈 계약 관련 분쟁”이라며 요식업 분야 렌탈 약관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어요.
무인 점포 확산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람 대신 기계가 운영을 맡으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거든요. 업계는 향후 무인화 확산으로 일자리 구조와 창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윤경 기자. 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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