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만에 컴백"...열대우림에서 멸종 판정 쥐 발견

6000년 전 동굴 화석이 마지막 흔적
이 종의 마지막 생존 기록은 약 6000년 전이다. 인도네시아령 서파푸아 보겔코프 반도 동굴 퇴적층에서 발견된 화석이 전부였다. 이후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식 멸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1992년 파푸아뉴기니 대학교에서 수집된 표본이 수십 년간 다른 종으로 잘못 분류된 채 보관되다가 최근 다시 발견됐고, 2023년에는 살아있는 개체가 현지에서 직접 확인됐다. 호주 박물관 연구소(Australian Museum Research Institute)의 팀 플래너리, 크리스토퍼 헬겐 등 공동연구진은 이 두 가지 증거를 종합해 생존을 공식 확인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Records of the Australian Museum》에 발표했다.
사실 이 종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깊다. 호주 퀸즐랜드 중기 플라이스토세, 약 3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온 화석이 이 주머니쥐와 일치한다. 한때 호주 대륙까지 넓게 분포했던 계통이 빙하기를 거치며 서식 범위가 좁아지고 결국 보겔코프 반도 저지대에만 남게 됐다는 뜻이다. 6000년 전 크리아 동굴 화석이 가장 최신(?)인 셈이다.
우연히 이어진 재발견
재발견은 두 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 단서는 파푸아뉴기니 대학교 생물학과 보관함 안에 있었다. 1992년 호주 라트로브 대학의 패트리카 울리 박사가 보겔코프 반도 아르팍 산지 네네이(Nenei) 마을을 찾았다. 현지 사냥꾼들이 잡아온 동물 중 성체 암컷과 새끼 한 쌍을 수집했는데, 같은 속(屬)의 다른 종인 D. palpator로 판단해 대학 교육용 표본으로 넘겼다. 표본은 그 상태로 수십 년간 보관함 안에 있었다.
수년 뒤 연구자 켄 애플린이 이 표본을 다시 검토했다. 크리아 동굴의 화석과 면밀히 대조한 결과, 6000년 전 기록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D. kambuayai의 현생 개체임이 밝혀졌다. 잘못 붙은 분류 딱지 하나가 수십 년간 발견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벌레 파먹으려 길어진 네 번째 손가락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손이다. 네 번째 손가락이 나머지의 두 배 길이로 뻗어 있어 나무껍질 안쪽에 파고든 딱정벌레 유충을 꺼내 먹는 데 특화돼 있다. Dactylonax 속 중 가장 작은 종으로 성체 암컷 기준 체중이 216g에 불과하지만,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는 몸집이 두 배 이상 큰 같은 속(屬)의 다른 종과 거의 차이가 없다. 연구진은 이를 먹잇감인 유충의 굴 크기에 맞춰 손가락 길이가 길어지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외형상으로는 흑백 줄무늬 털, 눈 아래까지 이어지는 흰 털 띠, 검은 꼬리가 특징이다.
나무를 높이 타는 대신 나무 밑동 사이를 낮게 뛰어닌다. 이런 습성 때문에 현지 사냥꾼들은 불을 끄고 몸을 낮춰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포획해왔다.
"보호구역 지정 없이는 보전 어려워"
연구진은 이번 발견으로 이 종의 분류 체계 전반을 재검토했다. 기존에 같은 종으로 묶여 있던 D. palpator를 두 종으로 분리해 Dactylonax 속 전체를 3종 체계로 재편했다. 아울러 이 속을 기존의 Dactylopsila 속에서 완전히 분리해 독립 속으로 확정했다. 두 계통이 갈라진 시점은 약 10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전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이 종의 서식지인 보겔코프 저지대 우림은 임업, 팜유 농장, 목축업 확장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저지대 우림에 대한 추가 보호구역 지정 없이는 이 종의 장기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조류·포유류 탐조 관광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에코투어리즘이 지역사회 수입원이자 서식지 보호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