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후보 자격 박탈’ 초스피드 질주한 ‘조희대 사법부’

이춘재 기자 2026. 3. 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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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의 ‘사법 이의제기’ ‘조희대와 그의 사법부’④
2025년 5월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년 5월1일 오후 3시 전국에 생중계된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주문을 낭독하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은 심하게 떨렸다. 그의 손에 들린 판결문의 떨림이 눈에 확 띌 정도였다. 40년 가까운 법관 경력의 대법원장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마치 이 판결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조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은 이날 12·3 내란 수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에 따라 실시될 조기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가장 당선이 유력한 야당 대표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정치세력이었다. 2024년 총선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었고, 비상계엄 당일 경찰의 봉쇄를 뚫고 계엄군과 대치하면서 불법 계엄을 해제시켰다. 무도한 정권의 친위 쿠데타로 민주정에서 잠시 이탈한 국가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을 정당으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이 정당 대표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국민 다수 여론을 거스르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2025년 5월1일 저녁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한 식당에서 열린 행사를 마치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우두머리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내란 수습’ 훼방놓아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다수의견에 가담한 9명의 대법관은 모두 윤석열이 임명했다. 결과적으로 ‘내란 우두머리’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내란 수습을 방해하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이런 재판일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더욱 공정하게 보이도록 해야 했다. 재판의 공정성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절차를 제대로 지켜야 당사자는 물론 재판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중립적이고 투명하게 재판이 진행된다는 인식을 준다. 그래야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승복한다. 이러한 ‘절차적 정의’는 재판과 법원에 대한 신뢰에 필수적이다.

‘조희대 코트’는 절차적 정의를 외면했다. 전례 없는 속도전으로 상고심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데 집중했다. 2심 무죄 선고일(2025년 3월26일)로부터 조기 대선일(6월3일)까지 주어진 70일 안에 어떻게든 야당 대표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고 작정한 듯했다. 대법원도 스스로 이 사건이 “이례적인 절차”로 진행됐음을 인정했다. 2025년 10월15일 국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조병구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은 이런 질의응답을 했다(사법지원실장은 대법원장의 핵심 참모다).

“이런 사건을, 배당도 되기 전에 끌어다가 판단해서 35일 만에, 5월1일 날 판결이지만 단 이틀 만에 표결한 사례가 법원 사례 중에 있나요, 없나요?”

“이 사건의 진행이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례적 절차’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대법원이 이 사건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35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35일 안에 대법 판결이 선고된 형사사건(1800여건) 가운데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은 이 사건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2025년 5월3일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이재명 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 항의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조희대 취임 후에도 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은 ‘상고심 3개월’ 훌쩍 넘겨

조 대법원장이 ‘6·3·3 원칙’(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선고)을 강조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양상은 비슷하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 취임 후 대법원에서 심리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75건 가운데 파기 환송된 사건은 3건인데, 평균 재판 기간이 113일이었다. ‘상고심 3개월(90일)’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이 3건은 전원합의체보다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는 소부 판결이었다. 전원합의체 판결인 ‘이재명 사건’보다 3배 이상 더 걸렸다. 심지어 이 사건 이후에 선고한 사건들도 평균 재판 기간이 83.5일이었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상고심 같은 판결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조희대 코트는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 제6-2부(재판장 최은정)가 1심 판결(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자마자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검사의 상고장이 접수된 다음날인 2025년 3월28일 서울고등법원(법원장 김대웅)으로부터 6만쪽이 넘는 소송기록을 넘겨받았다. 보통은 상고장을 접수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넘기면 되는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송부했다.

대법원 선거범죄예규에 따르면 선거 관련 사건은 6·3·3 원칙을 지키기 위해 상급심에 기록을 “최대한 신속히” 보내야 한다. 특히 ‘당선 유·무효가 결정되는 사건’은 3일 안에 송부하도록 돼 있다. 서울고법은 이 규정에 근거해 기록을 빨리 보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행위는 지난 20대 대선 때 벌어진 일이다. 이 대표는 낙선했기 때문에 당선무효 될 일도 없었다. 또 서울고법이 기록을 보낸 3월28일은 21대 대선 일정이 정해지기 전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 등록을 받기 시작한 것은 4월4일이었고, 선거일이 공고된 건 4월8일,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건 4월27일이었다. 서울고법은 ‘법적’으로 대선 후보도 아닌 이 대표를 겨냥해 속도전을 벌인 것이다.

법원 직원·집행관부터 법원장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6만쪽에 이르는 소송기록을 항소심 선고 이틀 만에 대법원에 송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소송기록을 정리하는 작업 자체가 방대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제출된 각종 증거와 공판조서를 빠짐없이 한데 묶어 각 장마다 쪽수를 매기는 작업(넘버링)을 해야 한다. 이때 재판장이 수정을 지시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서명날인이 제대로 돼 있는지, 검찰과 변호인이 낸 서류가 제출된 순서에 따라 편철됐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공노 법원본부 관계자는 “소송기록 정리는 보통 담당 직원 한명이 한다. 이 사건처럼 빨리 송부하려면 선고 전에 미리 작업을 시작했거나, 이틀 동안 직원들을 대거 투입했거나 둘 중 하나다. 어떤 경우든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 당사자에게 재판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송달도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송달은 재판 절차의 적법성과 피고인의 방어권을 구현하는 중요한 절차다. 피고인이 공소장, 소환장, 판결문,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항소 및 상고 이유서 등을 전달받아야 재판이 어떤 진행 단계에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피고인에게 서류 송달이 이뤄진 뒤 다음 재판 절차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 이유다.

조희대 대법원은 송달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일반적으로는 집배원을 통한 우편송달을 먼저 한 뒤, 송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 집행관이 직접 전달하는 특별송달을 한다. 이 사건은 우편송달을 한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가 ‘폐문부재’(주소는 맞지만 문이 잠겨 있음)로 송달이 안 되자, 검사의 상고 이유서는 처음부터 우편송달과 특별송달을 동시에 했다. 이 대표의 주소지와 근무지를 각각 관할하는 인천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 ‘지시’해 소속 집행관들이 직접 찾아가 전달하도록 했다.

대법원 파기 환송 후 서울고법이 진행한 송달은 한술 더 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제7형사부, 재판장 이재권)는 선고 다음날인 5월2일 곧바로 1회 공판기일(5월15일)을 지정하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등을 우편송달 없이 곧바로 주소지와 근무지에 집행관을 보내 송달을 완료했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빨리 유죄 선고한 뒤 대선일인 6월3일 이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재권 재판부는 부랴부랴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무기한 연기(추정)했다.

지난 25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이재명 선거법 사건’ 상고심 주심이었다. 박성원 기자

사법부 주류에 뿌리박힌 ‘반이재명’ 정서 작동했나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서 보여준 사법부의 일사불란한 대응은 ‘윗선’의 지시를 빼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송기록 송부와 송달을 담당하는 일반 직원, 집행관부터 해당 재판부, 법원장까지 단일 대오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윗선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윗선의 지시’가 다는 아니다. 재판 독립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법관들이 ‘이재명 대선 후보 자격 박탈’이라는 한가지 목표에 따라 단일 대오로 움직인 것은, 현 사법부 주류 집단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오로지 법리적 판단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판사들이 ‘정치적 동기’에 따라 재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런 조짐은 조희대 사법부의 최고 기득권층인 대법관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시민들의 12·3 내란 진압 덕분에 사법권을 지킨 법원이 오히려 시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단죄가 지지부진한 탓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란 세력을 심판하려는 시민의 선택을 방해했습니다. 여론의 사법개혁 요구는 사법권 독립을 들어 반대합니다. 한때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다짐했던 그 사법부가 맞나 싶습니다. 이런 사법부가 과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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