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대구·경북 제조업 ‘유가·환율 이중 압박’
GCC 의존 높은 지역 수출 구조…제조업 원가 부담 커질 가능성 높아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제조업계에도 '원가 상승 경보'가 켜졌다. 중동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탓에 전쟁이 길어질 경우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이 겹치며 지역 제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물류와 에너지 시장 불안도 커지는 분위기다.
6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중동 수출액은 3억3천만 달러, 경북은 9억8천만 달러로 각각 전체 수출의 3.6%와 2.6% 수준이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정세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의 경우 GCC 국가가 중동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며 직물과 승용차, 자동차부품 등이 주요 품목이다. 경북은 GCC 비중이 77%에 달하며 기계류와 철강, 전기기기가 주력 수출품이다. 특히 경북의 아연도강판과 중후판, 대구의 직물류 등은 중동 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다. 교전이 이어지면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최근 1천500원을 넘나들며 시장 긴장이 높아진 상태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수출은 약 0.39% 감소하고 생산원가는 0.38%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충돌이 1~2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중소 제조업체의 수출 채산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더해지면서 해상 운임 상승과 물류 차질로 중소기업 수출 활동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종별 파급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금속 업종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기계·전선 업종은 중동 플랜트 발주 지연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 업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현지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대구의 폴리에스터 직물과 경북의 전선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환율 변동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율 헤지와 물류 경로 다변화, 에너지 효율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질 경우 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 지역 제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중소기업 지원과 물류 안정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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