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려보세요, 무미한 일상에 ‘할 일’이 생깁니다
매일 달려도 살 안 빠지더라
퇴근 뒤 달리고 늦게 먹어서
그럼에도 매일 달리는 이유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30일 이상 매일 달리기’는 내가 자주 하는 운동 방식 중 하나다. ‘요즘 운동량이 부족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날 바로 시작한다. 매일 달려도 변하는 건 없다. 일단 살이 안 빠진다. 정확하게 적자면, 체중을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운동량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또 깨닫는다. 오히려 2㎏ 정도 살이 찐 적도 있는데, 퇴근 뒤 저녁 7~8시에 달리기를 하고 9~10시쯤 저녁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드라마를 보면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은 좋다. 기분이 좋으면 체중은 는다.
지난해 여름에도 30일 이상 매일 달리기를 했는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내 얼굴을 봐도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친구 한명은 “달리기를 하면 오히려 늙나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가 길기 때문이고 땀이 많이 나기 때문이고,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로 노화가 충분히 온 나이이기 때문이고.
30일 이상 매일 달리기를 해도 여전히 40대 중후반 아저씨라는 사실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체력이 느는 건 맞지만 ‘매일 달리기’ 루틴을 지키느라 밤늦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에 나가야 할 때도 있다. 피곤하다는 거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거고. 그래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매일 든다.

매일 달리기를 하려면 세탁도 매일 해야 한다. 아침마다 가방도 하나 더 들고 가야 한다. 러닝화·러닝복을 챙기고, 스마트워치를 챙긴다. 이 짐을 챙기느라 종종 지갑이나 노트북을 잊고 나갈 때도 있다. 퇴근 뒤에 약속을 잡기도 어렵다. 러닝을 마친 뒤 운동복을 그대로 입은 채 대중교통을 타면 눈치가 보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면 이런 일을 안 겪겠지만, 그건 챌린지가 두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매일 달리기와 매일 새벽에 일어나기.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달리기를 하는 이유가 뭐지, 생각해보니 서너 가지가 떠오른다. 뻔한 걸 지우면 하나가 남는다. 할 일을 만들기 위해서다. ‘약속을 잡기도 어렵다’고 적었지만 사실 약속이 많지 않다. 퇴근하면 집에 간다. 집에 가면 티브이(TV)를 본다. 딱히 저녁 시간에 할 게 없다. 하지만 매일 달리기를 하면, 매일 할 일이 생긴다. 달리기 친구와 약속을 잡을 수도 있다. 물론 달리기하는 약속이다. 혼자 달려도 괜찮다. 혼자서 할 일이 생긴 셈이다.
매일 저녁 할 일이 있다는 건, 꽤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오늘 뭐 해?” 사람들이 물으면 “달리기”라고 답한다. 나 스스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면 당연히 성취감이 생긴다. 살은 안 빠져도 살을 뺄 수 있을 것 같다. 살은 안 빠져도 더 찌지는 않는다. 2㎏이 쪘다고 적었지만 먹은 양에 비하면 적게 찐 거다. 일시적으로 나이보다 늙어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나는 어려 보이는 편이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이 연속된 행위를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30일이 지나고 끝내는 게 아니라 100일 혹은 그 이상, 이런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저는 이걸 비타민 먹는 거랑 비슷하게 생각해요.” 달리기 친구인 박준식은 매일 달리기를 1년 넘게 하고 있다. “거리나 속도에 집착하지는 않고요, 달리는 행위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런데 30일 이상 매일 달리기를 성공한 적은 없어요.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꼭 쉬게 되더라고요.” 하루나 이틀을 쉬어도 그가 늘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와 다르게 살도 빠졌다. 1년 사이 10㎏ 넘게 빠졌다. “네, 그렇죠. 체중이 줄었죠. 그런데 무엇보다, 하루하루 달리기를 이어가다 보면 머릿속이 비워지기도 하고 그곳에 새로운 감각이 채워지기도 하는데, 저는 그 느낌을 좋아합니다.” 준식은 스스로를 더 믿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매일 달리기가 변하게 만드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구나.
또 다른 달리기 친구인 이선연은 지난해 여름부터 주 4일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3개월은 주 5일 이상 하고 있다. “시작하는 힘을 갖게 되었어요.” 선연은 말한다. 매일 달리는 건 매일 시작하는 일이니까, 근력이 생기듯 시작하는 힘도 세진다는 의미였다. 이 말을 듣고 멍했다. 마음도 단련되는구나. 떠올려보니 나는 도전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때 망설이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설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작의 감각이 단련된 덕분이구나.

“화나는 일이 생기면 저는 생각해요. ‘달리기하자’라고 말이죠. 달리기가 저의 ‘믿을 구석’인 거죠. 매일 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자세가 나쁘거나 근육이 부족하면 몸에 무리가 되잖아요. 스트레칭과 적합한 근력 운동을 하면서 ‘매일 달리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 몸을 더 알게 되었어요.”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달리기를 계속하기 위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달린다는 것은 매일 나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10년 넘게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계속하다 보면 주변에 그걸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당연히 내 친구들 대부분 달리기를 한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추천한 적이 여러번 있지만 요즘은 잘 하지 않는다. 스스로 시작해야 좋아하게 되니까. 그럼에도 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같이 달리기를 해보자고 말한다. 계절의 마법에 매혹당해버려서다.

밖에 나가서 천천히 달리다 보면 멍해진다. 매일 달리기를 2~3주 이어가 보면 멍한 상태에 이르는 시간이 빨라진다. 이 멍한 상태 속에서 각자의 세계는 다르게 펼쳐진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감각을 깨닫고, 어떤 사람은 몸과 대화한다. 나는 시의 문장을 떠올리고,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바람과 노을, 강의 윤슬, 바닥을 딛고 나아갈 때마다 이완하고 수축하는 몸의 언어,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의 들뜬 고요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삼 이 글을 쓰면서, 봄의 아름다운 의지에 기대어,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달리세요, 1분도 좋고 100m도 좋으니 매일 달리세요. 힘든 날은 기꺼이 쉬면서 그러나 일상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멈추지는 말고, 나아가세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풍경 속으로.
이우성 콘텐츠 제작사 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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