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청 나와라” 미화·급식 하청도 성과급 협상 태세…재계 폭풍 전야 [노란봉투법 시행 D-2]

박혜원 2026. 3. 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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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0일 공식 시행
사용자 범위·노동쟁의 대상 확대 및 파업노동자 손배 제한 골자
울산서 연일 ‘원청 교섭 쟁취’ 시위
하청 많은 제조업계 ‘성과급’ 임단협 뇌관 전망
조선사 하청 “절반은 성과급 못 받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지난 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정문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원청 교섭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울산)=박혜원·권제인 기자] “올해는 당연히 성과급 얘기부터 강력하게 할 겁니다. 하청도 원청이랑 똑같이 줘야죠. 외국인 근로자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앞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오세일 지회장은 이같이 밝히며 하청의 성과급 인상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오 지회장은 당장은 원청과의 단체 교섭 자격 인정이 시급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안건을 정하긴 이르더라도, 성과급 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10일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재계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하청업체가 많은 자동차·조선 등의 제조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높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사용자 범위가 넓어져 하청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직접 협상할 수 있고 쟁의 범위도 임금 등의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사안 뿐 아니라 해고자 복직 등 권리 분쟁 사항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하청이 훨씬 다양한 안건을 갖고, 그것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원청 입장에서는 원청 노조 뿐 아니라 하청 노조와의 협상에서도 복합 변수를 해소하고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울산 조선소 하청, 매일 노조 가입 독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성과급으로 사내 하청에 총 2000억원을 지급했다. ‘업계 최고’ 규모라는 게 사측 발표였지만 노조 입장은 달랐다. 외국인 근로자이거나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대부분은 성과급을 아예 받지 못했다는 게 오 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총 인원 1만8000명 중 8000명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사내가 아닌 사외 협력 업체도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벌써부터 울산 조선소 인근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는 매일 점심 시간마다 도크(선박 건조장) 내에서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에는 시내 일대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5일에도 오후 4시가 되자 조선소 정문 앞에 노조 관계자들이 모여 ‘원청 교섭 쟁취’가 쓰인 무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날 집회에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 울산에 공장이 있는 HD현대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소속 노조원에 건설노조까지 총 70~80여명이 모였다.

올해 임단협 ‘성과급 전쟁’ 되나

노랑봉투법 시행 이후 전개될 2026년 임단협 최대 뇌관은 ‘성과급’이 될 전망이다. 특히 원·하청 구조가 뚜렷한 조선·자동차 업계에선 최대 수백억대 성과급 폭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에선 하청은 물론 사내 복지 업체에 대한 성과급 지급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각각 2만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 직원을 두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사내 하청 비중은 60~70% 정도다. 생산직을 정규 채용하기보다는,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맞춰 협력사를 통해 탄력적으로 인력을 쓰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계는 협력 업체들이 부품을 납품하면 완성차 업체가 설계·생산을 총괄하는 구조다. 일례로 현대차 사내·외 협력사는 8500여개에 달한다.

하청 업체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조선 업계에서 먼저 시작된 상태다. 이에 선제적으로 한화오션은 작년 원·하청 성과급 비율을 400% 동률로 적용했으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원·하청 성과급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게 한화오션 하청노조 주장이다.

이김춘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하청은 근속에 따라 성과급 지급 차등을 두기 때문에, 원청과 실제로 동일하게 받은 하청 직원은 전체 1만5000명 중 3000명에 그친다”고 말했다. 원청의 경우 근속 연수와 관계 없이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하청은 차등을 두고 있어, 실질적인 수령액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한 직후인 지난달 19일 “원하청 동일 비율 지급은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이들은 올해 단체교섭권을 인정 받아 한화오션과 직접 성과급 지급 방식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감 많아지면 식당 영업시간도 늘어나”
지난해 7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란봉투법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성과급 인상 요구 분위기는 생산직 뿐 아니라 이미 사내 각종 편의시설 종사자까지로 확산된 모습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생산직 하청노조와 사내 복지 시설 관련 법인인 웰리브 노조가 함께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웰리브는 과거 대우조선해양(구 한화오션) 자회사였으나 경기 악화로 매각돼 현재는 독립 법인으로 한화오션 내에서 구내 식당, 화장실, 휴게실 등 각종 시설 관리를 맡고 있다. 웰리브 노조에는 현재 6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이런 사내 복지시설 운영에도 한화오션이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김 사무장은 “조선사 일감이 많아 채용을 늘리면 식당 이용 인원은 물론 영업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웰리브에 대한 한화오션의 단체교섭 권리도 신청할 계획이다.

현대차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12월, 울산공장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성과급 인상을 요구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에는 공장에서 보안·미화·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현대차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현대차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성과급을 깎았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사법부의 판결 흐름을 감안할 때 하청 노조들의 이같은 요청이 마냥 수용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법원은 이미 특정 법인 사업장 내에서 운영하는 전혀 다른 법인의 노조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면세점에 입점한 판매직 노조에 단체교섭 권리를 인정한 작년 11월 행정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기업들 재정부담 가중에 경쟁력 저하 우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재계에선 올해 성과급 지출로 인한 재정 부담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조선·자동차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방위에서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중국발 저가 물량과 경쟁하는 제조업계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까지 커질 수 있는 성과급을 고려할 경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 저하될 수 밖에 없고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불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실적은 원상 회복 수준”이라며 “중국은 인건비 경쟁에서부터 뒤처지는데 성과급 규모까지 커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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