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장난? 정부까지 나섰다..."블루냐, 레드냐" 이 전쟁에 떠는 영국[트민자]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레드면 좋아요, 블루면 공유."
최근 틱톡, X 등 SNS(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의 문구다. 화면에는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학교 이름 목록이 빠르게 지나가고, 배경음악은 전투 게임을 연상시키는 효과음으로 채워진다. 댓글 창에는 "레드(Red)가 이긴다", "블루(Blue) 금요일에 보자"는 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영국 학교들은 이 '놀이'를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있다. 붉은색과 파란색, 색깔 2개로 시작된 이 온라인 밈(meme)이 학생들 사이의 대립 구도로 번지며 실제 충돌 우려가 커졌기 때문.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10대들 사이에선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레드'와 '블루' 진영으로 나뉜 뒤 누가 더 강한지 대결하는 이른바 '학교 전쟁'(School War)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별한 논리나 역사적 배경 없이 학교를 두 진영으로 나누고 서로를 비방하는 온라인 밈으로, 지역의 이름을 붙여 런던 전쟁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국 노샘프턴셔주에서 자녀 4명을 둔 한 학부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노샘프턴셔 전쟁'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고 자녀들의 안전이 걱정돼 겁에 질렸다"며 "전날 아들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꺼져 있고, 집에도 늦게 들어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학교 전쟁' 유행 과열에 영국 학교들은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 및 감시, SNS 게시물 전수 조사 등을 당부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부 청소년들이 무기 사진을 공유하거나 심각한 청소년 폭력을 부추기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SNS에서 떠도는 '레드vs블루' 관련 게시물에 자녀가 연루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정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관련 SNS 플랫폼을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리즈 켄달 영국 기술부 장관은 "아이들에게 칼을 가지고 학교에 오도록 부추기고, 폭력을 조정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SNS 플랫폼들은 법을 엄격히 준수해 (학교 전쟁 등과 같은) 불법적인 콘텐츠가 발견될 경우 이런 혐오스러운 게시물이 확산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경찰은 해당 밈과 관련 오프라인에서 싸움하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되면 즉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광역경찰청(MPS)은 "경찰은 학교 주변에 대한 순찰 강도를 높이고, 폭력 등과 관련된 신고가 접수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폭력 행위나 무기 소지로 체포·기소돼 유죄 판결로 징역형을 받으면 앞으로의 삶과 기회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런 구조는 더욱더 강하게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보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 쉽다"며 "가상의 대립 구도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현실에서도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의 인정과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인 만큼, 단순한 온라인 놀이가 집단 경쟁이나 대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더라도 반복되는 참여와 공유 과정에서 갈등이 점점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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