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美 해치법 들여다보는 인사혁신처… ‘공무원 정치활동 확대’ 고민 중

안소영 기자 2026. 3.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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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동십자각 인근에서 교사의 정당가입 허용을 촉구하며 집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직무 수행 중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은 준수하되 학교 밖에서는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정치 활동 확대 방안에 대해 본격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교원들이 근무 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범위 내 정치 활동 보장을 추진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폭넓게 금지하는 현행 제도는)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정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 美 공무원 정치 활동 폭넓게 허용… 연방 하원 의원 출마는 불가능

최근 인사처는 ‘미국 해치(Hatch)법 사례를 통한 공무원 인사 법령 정비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193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해치법은 공무원의 정치 활동 허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유해한 정치 활동 방지를 위한 법률’이지만 법안을 발의한 뉴멕시코주 출신 상원의원 칼 해치의 이름을 따라 해치법으로 줄여서 부른다. 제정된 이후 몇 차례 개정됐다.

미국에서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활동이 한국보다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 미국 공무원은 개인 자격으로 정당에 가입하거나, 휴일에 사복 차림으로 정치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근무시간이나 근무지가 아니라면 정치자금 모금 행사 참여나 정치자금 기부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무원·교원의 정당 가입을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당 당원인 상태에서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당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정치자금 후원도 불가능하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공무원의 정치 활동도 미국이 한국보다 허용 폭이 넓다. 미국 공무원은 업무 시간이 아니거나 공무원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허용된다. 퇴근 후 자택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특정 정당 후보 지지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문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공무원이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이를 공유하는 행위 ▲찬성·반대 댓글을 다는 행위 등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이다. 또 한두 차례 ‘좋아요’를 누른 경우에도 경중에 따라 구두 경고를 받을 수 있고, 반복되면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모두 제한을 두고 있다. 해치법은 연방 정부 공무원의 ‘정당 대결 방식 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있다.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서더라도 선거가 정당 중심으로 치러진다면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 하원 선거에는 공무원이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정당 공천이 없고 투표용지에 정당명이 표시되지 않는 교육위원 선거 등에는 공무원도 출마가 가능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공무원과 교사는 공직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대학교수는 휴직 후 출마가 가능하지만, 공무원이나 초·중·고 교사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필요… “직급·업무에 따라 허용 폭 달라야"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 활동 허용 폭을 넓히려면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년 말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교원의 정치 활동 확대에) 동의하지만, 국민도 납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유엔(UN), 국제노동기구(ILO),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치 활동 허용 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공무원의 직급이나 업무 성격에 따라 기준을 서로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인사처는 공무원·교원에게 허용되는 정치 활동 유형을 제시하는 방안, 업무 시간 외 정치 활동은 폭넓게 허용하는 방안,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고위 공무원의 정치 활동은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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