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소상공인·지역경제 살릴 것” [금융지주 디지털자산 리더 인터뷰③]

김은희 2026. 3.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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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률 KB금융지주 DT추진부장
“스테이블코인 컨소 기준 안정성
발행 은행 간 송금·정산 표준 필수
다양한 기술검증, 해외 파트너사 접촉
대금 결제 및 정산 연결에 기업 니즈”
이상률 KB금융지주&은행 겸직 DT추진부 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유동현 기자] “고객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쓰는지, 돈을 쓰는지, 전자화폐를 쓰는지 구분 못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어디서 발행하든 고객이 제약없이 잘 쓸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게 중요하죠. KB금융은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컨소시엄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상률 KB금융지주 DT추진부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앵커원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본질은 신뢰이고 스테이블코인에서도 역할은 동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유력한 가운데 KB금융이 안정성을 담보하는 표준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은행 간 송금·정산 표준화돼야…안정성 기반 컨소시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업자들은 저마다 사용처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를 발굴해야 이용자가 유입되고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좋은 유스케이스(활용사례)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발굴하는 게 KB금융의 몫”이라면서도 디지털화폐로서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기술보다도 룰(규범)과 책임이 중요하다”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환불·환매가 잘 돼야 하고 준비자산이 투명하게 운영되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스템이 빠르게 복원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나 흥행보다도 안전한 운영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는 게 KB금융의 소신이다.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협력 기준도 안정성에 맞추고 있다. 컨소시엄에 복수의 은행이 참여할 경우 안정된 상호운용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경우 기존 청산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기에 은행들이 각각 발행해도 상호운용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중개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호환돼야 한다”며 “발행 은행 간의 송금과 정산이 표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AML(자금세탁방지), CFT(테러자금조달금지) 등 리스크 관리 체계도 공동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라 시너지가 필요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컨소시엄 구성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률 KB금융지주&은행 겸직 DT추진부 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일각에서는 은행의 역할을 발행에 국한해야 한다고 보지만 KB금융은 발행·유통·지갑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 부장은 “한국은행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준비하는 쪽에서 은행에 기대하는 바는 사실 발행사 역할에 가깝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발행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 리스크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정통 은행이 하는 것이 충격 흡수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은행은 발행에 가깝지만 카드는 유통이고 커스터디(수탁)도 금융의 전통 비즈니스”라며 신뢰 인프라 사업자로서의 경험이 스테이블코인 밸류체인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민간이 운영하는 가상 세계의 은행”이라고 규정했는데 고객확인(KYC)과 AML, 보안, 분쟁 조정, 소비자 보호까지 은행이 제도권에서 오랜 기간 다져온 강점을 활용해 디지털자산 관리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디지털자산 확산은 은행에 위협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디지털자산 시대에도 은행의 역할은 반드시 있다”는 게 이 부장의 의견이다.

“리테일 고객 기반 프로그래머블 머니 확산”

KB금융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처 확보를 위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CBDC 1차 프로젝트 수행 당시 자체 개발을 통해 실증 테스트를 수행하며 기술적 거버넌스와 운영 노하우를 내재화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스마트 컨트랙트(규칙) 활용, 송금, 결제 및 개별 유스케이스에 이르기까지 전 스킴(계획)에 대한 기술검증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부장은 “다양한 PoC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사를 비롯해 기술 파트너사를 많이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뒤 KB가 할 수 있는 영역이 확정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과의 협력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은 코인 그 자체보다는 정산 속도 제고나 FX(외환)에 대한 비용 절감, 나아가 거래 증빙이나 컴플라이언스(준법) 자동화를 실현해 주는 기술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쓸 것”이라며 협력 모델 역시 단순한 코인 사용을 넘어 대금 결제, 정산, 증빙, 리스크 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형태가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클(Circle)의 서클 페이먼트 네트워크(CPN) 같은 서비스, 돈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중간에서만 블록체인이 도는 이른바 샌드위치 메커니즘처럼 대금 결제와 정산이 하나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기업의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률 KB금융지주&은행 겸직 DT추진부 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디지털자산 논의가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돼 있지만 KB금융은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장은 “코인 자체보다 더 큰 변화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와 정산 자동화에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그래머블 머니는 조건 충족 시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로 사용 목적과 용도에 따라 구조를 설계해 정확한 쓰임새를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매달 10일 자동 송금, 의료비 전용, 조건 충족 시 자동 환불 같은 규칙을 바탕으로 돈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그는 “국가의 국고보조금이나 정책지원금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운용한다면 지원 조건에 부합하는 소상공인이나 지역 경제 주체에게 자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많은 리테일(소매) 고객과 소호(개인사업자) 고객, 광범위한 가맹점을 기반으로 자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경제 정책 집행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신뢰 바탕으로 실행력 쌓는 것”

KB금융이 디지털자산의 안정성에 특히 집중하는 것은 KB금융이 AI를 단순한 기능이나 도구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AI는 업무방식과 고객 경험을 재설계하는 체계 변화의 총칭”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하는 동력이자 직원의 전문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무기로서 전 업무영역에 걸쳐 AI를 통한 혁신과 가치 창출 기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AI를 활용하기 좋은 방향으로 데이터 체계와 품질을 탄탄히 구축하고 ▷현장 친화적 AI를 적용해 자동화 및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만들며 ▷운영과 통제까지 내재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 방향이다.

이상률 KB금융지주&은행 겸직 DT추진부 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디지털 전환(DT)의 성과 역시 새로운 기능을 제공했는가보다 고객의 불편이나 처리 시간을 줄였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이 부장은 확언했다. 그러면서 KB의 성과에 대해 “전통 은행의 강점인 대면 채널이 비대면 서비스와 끊김 없이(심리스) 연결됐고 디지털 네이티브 고객을 흡수해 이들이 익숙하게 몰입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KB금융은 올해 2월 KB페이 3.0을 선보였다. 카드 서비스 등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플랫폼 내 미니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여행이나 쇼핑 같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업무 혁신 측면에선 지난해 전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KB GenAI포털)’을 구축했다. 에이전틱(실행형) AI를 기반으로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과 금융서비스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행보다. KB금융은 내년까지 그룹 주요 업무영역 내 250여개 AI 에이전트(비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부장은 이러한 DT와 인공지능 전환(AX)이 KB가 리딩금융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결국 신뢰와 실행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데이터·보안·준법 같은 기본기가 뒷받침돼야 하고 동시에 이를 현업에 빠르게 적용해 성과를 내는 실행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룹 공통의 기반 위에 12개 계열사가 강점을 얹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역량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은행은 신뢰 기반의 인프라, 카드는 결제 데이터와 가맹점 네트워크, 증권은 투자와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다”면서 “공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 여정이 단절되지 않도록 각 사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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