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지옥도에 끌려간 소녀…“그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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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의 중심 인물이자 희대의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자료가 공개됐다.
저자에 따르면 억만장자 엡스타인과 그의 애인 길레인 맥스웰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소녀들을 성 착취 타깃으로 삼았다.
엡스타인은 그의 저택, 그가 소유한 카리브해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섬,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곳곳을 성 착취 장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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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소개·진로 지원 미끼 삼아
심리적으로 취약한 소녀들 유인
권력자들의 그루밍 성폭력 고발

엡스타인의 조직적 성 착취 네트워크를 폭로하고 사건을 글로벌 권력 스캔들로 비화시킨 미국 여성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가 쓴 ‘노바디스 걸(Nobody’s Girl)’은 이 점에 집중한다. 자신이 겪은 ‘그루밍 성폭력’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취약한 미성년자들에게 언제나 또 다른 ‘엡스타인 사건’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온몸으로 써내려간다. 저서는 지난해 10월 출간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약 6개월 만에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
저자에 따르면 억만장자 엡스타인과 그의 애인 길레인 맥스웰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소녀들을 성 착취 타깃으로 삼았다. 유년기에 어머니의 방관 속에 아버지를 비롯해 다수의 성인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비행과 가출을 반복하던 소녀 주프레는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그들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 격으로 일하던 16세의 주프레에게 엡스타인의 개인 마사지사 일자리를 제안한다. 주프레가 수락하자 그들은 소녀에게 마사지를 가르쳐준다며 따뜻하게 대해주는 척한 뒤, 종국에는 무자비하게 성을 착취했다.
두 사람은 주프레처럼 가정에서 겪은 불안과 고통을 애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피해자들의 왜곡된 애착 구조를 철저히 이용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감에 오래 시달린 이에게 달콤한 덫을 내건 것이다. 걸려든 건 주프레뿐만이 아니었다. “소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성 착취의 표적이 되지 않는다. (중략) 많은 경우 그런 일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에게서 버려지는 순간 시작된다.”

엡스타인 일당의 그루밍 수법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문화예술계 거물을 연결해준다거나 향후 진로를 후원해준다는 약속으로 프랑스·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정서적으로 취약한 소녀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성 착취 제물로 이용하기 위해 금전이나 무형의 혜택을 제공했다. 사용 가치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버렸다.
엡스타인은 그의 저택, 그가 소유한 카리브해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섬,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곳곳을 성 착취 장소로 삼았다. 책에는 엡스타인 본인을 비롯해 영국의 앤드루 왕자, 익명의 전직 총리가 주프레에게 가한 성폭력의 기록이 잔인하도록 상세하게 담겨 있다.
2011년 주프레의 첫 폭로 이후 끈질긴 법적 투쟁 끝에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엡스타인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맥스웰은 2022년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무의식의 바다에서 표류하다 일순간 폭발하는 기뢰처럼 자신을 덮치는 트라우마를 견디며 수기를 써내려간 주프레는 저서 출간 6개월을 앞두고 결국 자살했다. 이제 세상에 없는 저자는, 표제처럼 소녀들이 소유물처럼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책에서 힘줘 말한다.
“엡스타인은 죽었지만 그와 같은 범죄를 세계 곳곳에서 자행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중략) 나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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