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유 없이 눈물을 쏟고 나서 결심한 일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6. 3. 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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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있습니다. 그 길을 어느 방향으로 가냐는 걷는 이의 몫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같은 곳을 보고 걷기도, 정 반대이기도, 때로는 멈췄을 수도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 사진 = 언스플래쉬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우리는 우리를 마주하고 향해가는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책저책이 만난 박진은 작가의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는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길 위의 사유를 기록했습니다.

​저자는 걷기를 통해 삶을 성찰한다고 말합니다. 목적지보다 과정에 주목하며, 걷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재정립하는 내면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박진은 | 새움출판사
사진 = 새움출판사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칭찬까지 받은 날이었는데도 그는 자신을 되돌아 봤다.

​기뻐야 할 순간에 찾아온 울컥함은 마음 깊숙이 눌러두었던 물음을 끌어올렸다. 박진은 작가가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 계기다. 저자는 자신의 순례 여정을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로 기록했다.

​책은 오랜 직장생활 끝에 스스로의 삶을 점검하기 위해 길을 나선 한 직장인의 에세이다. “대표님, 저 정말 일을 잘하고 싶어요. 다시 이 길로 돌아온다고 해도, 적어도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도를 한 번은 해봐야겠어요.” 그는 그 ‘한 번’을 위해 회사를 떠났다. 목적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였다.

사진 = 새움출판사
​여정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이어진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지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기어가듯 걸었던 날, 포도주에 취해 다음 날 고통을 겪은 날, 여행자들과의 거리와 관계를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폭설과 강풍, 소음과 날씨, 관계의 삼중고 속에서도 그는 매일 자신에게 묻는다. “이 길로 가는 게 맞을까.”라고.

​책은 ‘도전의 길’, ‘사색의 길’, ‘행운의 시간’ 등 3부로 구성했다. 도전의 길에서는 낯선 환경에 던져진 초보 여행자의 좌충우돌이 펼쳐진다. 사색의 길에서는 혼자가 두렵지 않게 된 시간, 길 위에서 배운 깨달음과 자유의 감각을 돌아본다.

​행운의 시간에서는 계획이 어긋나도 결국 좋은 결론으로 이어졌던 경험을 통해 삶의 태도를 정리한다. “계획이 없어도 인생에는 늘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문장은 순례길이 건넨 메시지다.

사진 = 새움출판사
​카미노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느 길을 택할지, 누구와 함께 걸을지, 언제 멈출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그는 “스스로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임을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이는 순례길 위에서뿐 아니라 삶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여정 속에는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들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부엔카미노(Buen Camino)”라며 “좋은 여행 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손을 내민다. 함께 고난을 겪으며 형성된 연대는 각자의 속도로 걷더라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관계로 남는다.

사진 = 새움출판사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혹독하고 가혹했지만, 그만큼 충만했던 긴 배움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800km를 완주한 몸과 마음은 이후의 삶을 단단히 받쳐줄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도시에서의 반복된 일상도, 순례길의 하루처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깨달음이다.

​책은 직장인의 불안과 갈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빠르게 달려온 이들에게는 잠시 멈추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말한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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