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 은폐·낙하산·셀프연임…총체적 난맥상
낙하산 인사·구조조정 승인…이사회 책임론 고조
국민연금, KT 지배구조 개혁 ‘중대 시험대’에

특히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셀프 연임’ 관행을 반복하자,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KT는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총 94대의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대형 보안 사고를 겪었지만,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불법 펨토셀을 통해 고객 2만 222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368명에게 약 2억 4300만 원 규모의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사건의 경영 책임을 묻는 문책이나 구조적 재발 방지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회사 내부에서는 책임 회피성 인사 관행이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기술적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KT는 정치권과 검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고위직에 낙하산 형태로 선임되며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이사회가 직접 승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노동계는 이를 “죽음의 행렬을 동반한 구조조정”이라 규정하며, 경영진이 실적 개선을 명분으로 조직 해체와 인력 감축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KT가 추진한 약 2조 400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계약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 검증이나 주주 공개 절차 없이 진행된 대형 투자 결정이었음에도, 관련 자료와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남아 있어 ‘총체적 경영 실패’라는 평가가 강하게 제기된다.
KT의 핵심 의사결정 구조가 견제와 균형 없이 ‘이사회 합의’라는 이름 아래 사외이사 중심으로 굳어졌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윤종수 사외이사의 재선임 건이 상정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고 있다.
윤 이사는 해킹 은폐, 이해충돌 의혹, 낙하산 인사 묵인 등 다양한 문제 속에서 책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속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스스로를 다시 후보로 올리는 ‘셀프 추천’ 방식을 택하면서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는 우려가 커졌다.
KT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어 내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이해관계자나 노동 대표, 소비자 단체 등 다양한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이사회가 해킹 은폐, 낙하산 인사, 구조조정, 대규모 불투명 계약 등 주요 경영 위기를 방조했다는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윤종수 사외이사 재선임이 단지 인사 문제가 아니라 KT의 지배구조 전반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제2대 주주로서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가 향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공적 기관으로, 수익성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경영을 중시하는 원칙을 세워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사외이사 재선임을 저지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등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노동자·소비자 대표가 포함된 외부 출신 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공기업적 성격을 지닌 KT가 사익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KT는 최근 “이사회와 경영진이 함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반복되는 사고와 불투명한 결정, ‘셀프 연임’이라는 구태가 교차하는 가운데, KT의 이번 주주총회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