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도 36세에 대박 쳤다… KIA에서도 늦깎이 대박 나온다, 달라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KIA 주전 중견수인 김호령(34)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아니다, 없었다”고 말했다. 수비 자리는 익숙하지만, 타순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낯선 듯했다. 엄청난 신분 상승을 뜻하는 것과도 같았다.
입단 이후 계속 대수비·대주자 요원이었다. 주전 선수들을 백업하는 임무가 익숙했던 선수다. 이는 시즌 전 오키나와 캠프에서 갖는 연습경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캠프 뒤로 갈수록 주축 선수들의 타석 수가 늘어야 하니 선발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경기 중·후반에 대수비나 대주자로 들어가고, 소화하는 타석은 한 타석에서 많아야 두 타석이었다. 그런 패턴이 익숙하던 선수였다.
김호령도 “처음에는 거의 시합에 못 나가다 나중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매 경기 주전으로 나갔고, 그것도 1번 혹은 2번 타순에서 실험을 거쳤다. 이처럼 팀 시즌 구상에 중요한 선수가 된 김호령은 “이렇게 상위 타순에서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고 이 상황을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지고, 노력도 배가 됐다.
김호령은 올해 팀의 주전 중견수이자, 테이블세터 후보로 뽑힌다. 수비나 주루야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공격에서도 급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에 찾아온 진정한 ‘레벨업’이었다. 김호령은 지난해 105경기에서 타율 0.283, 6홈런, 3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3의 좋은 공격 성적을 거뒀다. 규정 타석을 채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만한 득점 생산력을 보여준 중견수는 리그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 리드오프로 아시아쿼터 영입 내야수인 제러드 데일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2번 타순이 아직 미정이다. 김호령도 후보 중 하나다. 하위 타선에 있는 것보다는 상위 타선에 있는 게 당연히 타석 수도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도 늘어난다. 김호령은 새 임무에 대해 “1번 타자로 나가는 일이 많이 없었는데 초반에 타격감이 조금 안 잡혀 있어서 어색했다”면서도 “몇 경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잡혀가는 게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령은 올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남은 등록일수가 며칠 안 돼 시즌을 다 날리지 않는 이상 FA 시장에 나가는 것은 확정적이다. 수비나 주루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만큼 ‘대박’을 향한 마지막 관문은 타격이다. 김호령의 타격 성적은 냉정하게 따지면 지난해 한 해 좋았다. 올해 그 성적이 운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김호령도 수비나 주루는 기본이고, 타격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OPS 0.793을 기록한 김호령은 올해 OPS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중견수로 규정 타석을 소화하며 OPS 0.800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대박의 조건이다. 보통의 선수들은 한꺼번에 수치를 올리기 편한 장타율에 집중한다. 그러나 김호령은 반대다. 장타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출루율을 더 끌어올리고 싶고, 삼진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호령은 “장타율도 장타율인데 솔직히 출루율을 작년보다 높게 가져가고 싶은 게 있다. 출루율이 좋아지면 장타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넷을 더 많이 고르고, 삼진을 더 적게 먹는 것이 관건이다. 김호령은 “삼진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낮은 변화구에 예전부터 약점이 있었다. 그런 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장타보다는 정확하고 강한 타구 생산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사실 FA 시즌을 앞두고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김호령 또한 ‘대박’에 대한 욕심이 없을 리 없다. 다만 좋은 성적을 냈던 지난해 과정을 생각하며 최대한 똑같이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자리는 달라졌지만,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호령은 “솔직히 작년이랑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주위에서 보는 달라진 시선에 대해) 딱히 그런 건 없다. 부담도 최대한 안 가지려고 하고, 작년에 했던 마음가짐 그대로 똑같이 가져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것 같지만, 같은 포지션의 박해민(LG)도 36세에 또 대박을 쳤다. 결코 늦지 않은 나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