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만 원의 간극, 13.9%의 벽… 인천 여성들의 ‘성평등 청구서’
투표용지로 진화한 ‘장미’… 여성 노동자들, 성평등을 묻다
세계 여성의 날 맞아 광장에 모인 인천 여성들
“여성 노동환경 개선·정치 참여 확대해야”
“우리의 목소리, 성평등 투표로 증명할 것”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한 빵도 필요하지만, 여성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장미도 절실합니다.”
매년 3월 8일인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선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참정권 보장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광장에도 장미를 든 노동자들이 모였다.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 종이비행기를 손에 쥔 이들은 ‘성평등 세상’이라고 적힌 상자에 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빵과 장미’로 상징되던 여성들의 목소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성평등 단체협약’과 여성 채용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이어졌다.
■ 인천 여성 노동자, 월 평균 ‘126만원’ 덜 받았다
지난해 인천시가 ‘노동정책 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위해 실시한 ‘인천광역시 노동환경 실태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인천 남성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366.48만원인 것에 비해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40.23만원으로 126.25만원 가량 적었다.
노동시간 분포에서도 차이가 났다. 남성은 주 40~48시간 근무자가 59.20%로 가장 많고 48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자도 27.03%에 달했다. 여성 역시 40~48시간 근무자가 54.51%로 가장 많지만, 15~35시간 미만과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비율도 26.21%로 남성보다 높았다.
남성은 전일제 중심의 장시간 노동에 집중된 반면, 여성은 전일제와 단시간 노동이 함께 나타나는 형태를 보였다. 단시간 노동 비중이 높을수록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질 가능성이 커, 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세계여성의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수연 민주노총인천본부 여성위원장은 “각 사업장에서 모성보호(임신, 출산, 수유 등 여성노동자가 지니는 특징)를 보장하는 ‘성평등 단체교섭’이 이뤄져야 한다”며 “각 기업에게 성평등과 관련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 이제는 정치가 응답할 시기… “올해 ‘성평등’에 투표할 것”
인천여성노동자회, 인권희망강강술래 등으로 구성된 인천여성연대는 지난 2월 각 정당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공천 확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보냈다. 이들은 여성 후보의 비율을 기초자치단체장 30%, 광역의원 30%, 기초의원 50% 수준으로 구성하는 ‘30·30·50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여성연대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 및 기초의회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여전히 심각한 성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사결정의 자리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 결과 인천시의회 여성 의원 비율은 13.9%, 기초의회 여성 의원 비율은 32.4%를 기록했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지역성평등보고서’에서 인천은 ‘광역 및 기초의원’ 지표에서 45.6점을 받아 전국 시도 중 7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이학금 인천여성연대 대표는 “지방정부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돌봄과 안전, 일자리와 복지를 책임지는 자리다. 지방선거에서 성평등은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으로 증명돼야 한다”며 “우리는 ‘성평등’을 외치는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방의회 성비 불균형 해소와 더불어 ▲인천시와 각 군•구청 내 성평등정책 총괄 조직 신설 ▲성인지 통계 시스템 구축 ▲ 성인지예산 운용 제도화 ▲인천여성재단 역할 강화 등을 요구했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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