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박살났다고? 그럼 담아야지”…월가도 베팅한 ‘나이키 킬러’ [오찬종의 매일뉴욕]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6. 3.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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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의 매일뉴욕-온홀딩(On Holding)편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제2의 나이키’라며 주목을 많이 받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판다며 전 세계 러너들의 발을 사로잡은 ‘온 홀딩(On Holding)’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찬사와 달리 최근 투자 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역대급 매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주가는 흔들리는 중입니다. ‘성장의 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온 홀딩 주가 추이
지난 3일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온 홀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매출액 7억 4380만 프랑(전년 대비 30.6% 성장)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 30억 프랑이라는 역사적 고지를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장외 시장에서 12%가량 곤두박질쳤습니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2026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인 ‘최소 23%’였습니다. 이는 지난 3년간 온 홀딩이 보여준 연평균 성장률(CAGR) 30.5%와 비교했을 때 명백한 감속 신호로 읽혔습니다. 투자 심리는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보다 보수적인 미래 전망에 담긴 불확실성에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린 운동화
온의 창업자 3인. 가장 오른쪽이 최초 고안자인 올리비어 베른하르트. 자료=온 홀딩
온 홀딩의 역사는 스위스의 전설적인 철인 3종 경기 선수, 올리비어 베른하르트(Olivier Bernhard)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선수 은퇴 후 기존 운동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달리기 경험’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정원에 쓰는 고무 호스를 잘라 운동화 밑창에 붙였죠. 당시 대부분의 운동화는 위에서 아래로 전해지는 수직 충격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철인 3종 경기 선수였던 베른하르트는 달릴 때 발생하는 수평 충격(마찰력) 역시 무릎과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나이키로부터 투자를 거절 당한 온의 컨셉 모델
사진 속 모습처럼 호스 조각을 가로로 붙이면 발이 땅에 닿을 때 호스가 찌그러지며 수직 충격을 흡수하고, 동시에 앞으로 밀려 나가는 수평 충격까지 부드럽게 받아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모습은 디자인적으로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기괴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죠. 베른하르트는 이 아이디어를 들고 당시 후원사였던 나이키를 찾아갔지만, 나이키는 이 못생긴 신발에 대한 투자를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베른하르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나이키의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친구인 카스파 코페티, 데이비드 알레만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했습니다. 처음에 이들도 제품의 흉측한(?) 외관을 보고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직접 신발을 신고 달려본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마치 땅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 같다”
독특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에 매료된 그들은 자금을 모아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온 홀딩’을 공식 설립했습니다.

창업 직후 온은 러너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머지않아 스포츠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에게 주는 ‘ISPO 브랜드 뉴 어워드’를 수상하며 디자인이 아닌 ‘성능’으로 먼저 인정받았습니다.

로저 페더러와의 운명적인 만남
로저 페더러(가운데)와 온의 만남
가장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는 스위스의 영웅 로저 페더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페더러는 온의 수상 소식을 접하고 기술력에 매료되어 먼저 창업자들에게 연락해 저녁 식사를 제안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단순히 광고 모델이 되는 것을 넘어 직접 자금을 투자하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파트너(Co-entrepreneur)로 합류했습니다. 페더러의 합류는 온의 인지도를 전 세계적으로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구멍 뚫린 밑창의 비밀
온의 대표 제품 ‘클라우드’
사진에서 보이듯 온의 신발 밑창을 보면 동그란 구멍들이 뚫려 있죠. 이걸 ‘클라우드텍’이라고 부릅니다.

일반 운동화는 위아래 충격만 막아주지만, 클라우드텍은 발이 땅에 닿을 때 앞뒤(수평)로도 찌그러지며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이게 바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이유입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온 랩스’
구멍이 뚫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깔창을 만든 기술력의 근간은 스위스에 있는 전문 연구소입니다.

보통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디자인만 본사에서 하고, 실제 핵심 기술 연구는 공장이 있는 아시아 거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온은 다릅니다. 스위스 취리히 본사에 핵심 소재인 ‘폼(Foam)’을 직접 연구하는 첨단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위스 본진은 반대로 경영상 온에게 때때로 취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스위스 프랑(CHF)이 달러(USD) 등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경우 회계상 실적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나 급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억 3990만 스위스 프랑에 달하는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 적자 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구조적인 환차손과 관세 리스크에 직면
월가에서 온에게 제기하는 더 큰 리스크는 공급망 집중도입니다. 온은 전체 제품 70%는 전세계 딱 5개국의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그중 신발의 약 90%와 의류·액세서리의 약 65%가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평소엔 효율적이지만 지정학적 위기나 공급망 차질 시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특히 미국의 관세는 직격탄이 됩니다. 이에 따라 온은 올해 가이던스에 미국 정부의 잠재적인 20% 관세 영향권을 반영한 상태입니다.

로봇 공장으로 생산 혁신 나서
온은 최근 구조적인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공장’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라이트스프레이(LightSpray)’ 기술을 통해 신발을 만드는 방식을 ‘바느질’에서 ‘분사’로 바꿨죠.

기존 운동화는 수십 장의 천 조각을 자르고, 본드로 붙이고, 실로 꿰매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라이트스프레이는 다릅니다.

32개의 정밀 로봇 팔이 특수 섬유를 신발 모양 틀에 대고 마치 스프레이를 뿌리듯 분사합니다.

신발 윗부분(갑피)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입니다. 기존에 수백 명이 달라붙어 200단계 넘게 거쳐야 했던 일을 로봇이 순식간에 끝내버리는 거죠.

이 로봇만 있으면 이제 온은 선진국 소비자가 있는 곳 근처에서 현지 생산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달 온홀딩은 한국 시장을 위해 부산에 32대의 로봇을 도입한 자동화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혁신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실적발표 이후 B. 라일리는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 주가를 $70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온은 제2의 나이키라는 별명을 넘어 제1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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