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댕댕이’와 외식하려면 예방접종증명서라니…“차라리 ‘노펫존’ 합니다” [세상&]

정주원 2026. 3. 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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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시행
카페·식당들 “기준 까다롭고 신고 걱정”
공간 좁은 매장들 노펫존 전환 움직임 확산
5일 종로구 안국동의 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테라스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반려동물 데리고 오시는 단골손님도 돌려보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4) 씨는 전날 손님 두 명을 그대로 돌려보냈다. 새 제도에 따라 반려동물 예방접종 증명서를 확인해야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손님이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매장은 반려동물 전용 메뉴까지 따로 운영할 만큼 반려동물에 ‘진심’인 업소였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에 따른 인증 절차·위생 기준을 맞추려면 전반적인 시설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씨는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려면 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다”며 “혹시라도 신고가 들어오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어 당분간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노펫존” 현장서 번지는 자영업자 고민

이달 1일부터 음식점과 카페에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5일 종로구 일대에서 만난 복수의 식당과 카페 업주들은 “갖춰야 할 게 너무 많다. 노펫존(반려동물 입장 금지 구역)이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M 카페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노펫존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 매장 구조상 조리 공간과 좌석 공간을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페 사장 이모(38) 씨는“예방접종 확인부터 좌석 구분, 반려동물 전용 자리 마련 등 준비해야 할 기준이 많다”며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업주에게 부담이 크게 돌아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손님들이 불편을 제기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법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시설 기준을 갖추기 어려운 매장은 아예 노펫존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에는 ‘퍼피 요거트’ 라는 반려동물 전용 메뉴가 따로 있을 만큼 반려동물의 방문이 잦다. 정주원 기자

북촌 일대에서는 제도 변경 사실을 아예 모른 채 영업하는 업소도 있었다. 계동길의 한 한옥 카페 주인은 제도 시행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까다로운 절차를 유지하면서까지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허용하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인근 베트남 음식점 직원은 “원래 케이지를 들고 오면 내부 공간이 협소해도 입장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곤란해졌다”며 “테라스 좌석으로 안내하긴 하지만 혹시 신고가 들어올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주에도 반려동물을 동반한 손님 두 팀이 방문했지만,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테이크아웃 전문 버거 식당도 제도 변경 이후 노펫존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곳 직원도 “지자체 인증 절차를 거쳐 펫존으로 등록하기보다는 네이버나 포털에 ‘노펫존’으로 표시하는 것이 더 간단하다”며 노펫존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까다로운 시설 기준…“대형 카페 아니면 어렵다”

업주들이 한목소리로 까다롭다고 말하는 조건은 뭘까.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하려면 위생·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지자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은 출입할 수 없다. 가게는 손님으로부터 접종 증명을 꼭 확인해야 한다.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주방 입구 칸막이 설치 ▷반려동물 전용 의자나 목줄 고정 장치 마련 ▷충분한 테이블 간격 확보 등이 의무다. 출입구에는 반려동물 동반 출입 가능 여부를 안내하는 표지판도 설치해야 한다. 출입할 수 있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에 한정된다. 매장 내 자유 이동도 금지된다.

음식점 반려동물 출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다만 동물전시업으로 등록하고 사람과 반려동물을 함께 받은 애견카페 등이 영업해 왔다. 일부 업소는 업주의 판단으로 반려동물 입장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위생·안전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5일 계동길의 한 한옥카페의 반려견 동반 손님 전용 방의 모습. 정주원 기자

외식업계에는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업소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승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국 차장은 “국내 음식점 상당수가 100㎡ 이하 소규모 매장이라 구조적으로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자체 건물을 가진 대형 카페 정도가 아니라면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을 갖추려면 추가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업주 입장에선 인테리어 공사는 부담이다. 김 차장은 “외식업 매장의 약 95%가 임차 형태라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원상복구 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북촌한옥마을의 한 카페가 SNS를 통해 노펫존 전환 소식을 공지한 모습.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기준을 지키지 않고 반려동물을 받고 영업하다 걸리면 영업정지 5일에서 최장 20일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사장님 입장에선 민원이 의식된다. 안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씨는 “누군가 민원을 넣거나 적발되면 1차부터 바로 영업정지 5일이 나오는 점이 가장 부담”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2년 시범사업 통해 위생·안전 검증”

정부는 제도 시행 이전 충분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원래 음식점에서는 소비자 안전과 식품 위생 문제 때문에 동물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며 “반려 인구 증가에 따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위생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베트남 음식점 테라스의 모습. 이달 1일부터 노펫존으로 운영되며, 반려동물 내부 음식점 출입이 금지됐다. 정주원 기자

식약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4월부터 일정한 시설 기준과 위생·안전 관리 기준을 적용한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을 약 2년간 운영해 왔다. 이 기간 약 300개 업소에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이뤄졌으며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년간 약 300개 업체에서 반려동물이 동반 출입하면서 위생과 안전이 충분히 검증됐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판단해 제도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범사업을 거치며 지난 1월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운영 의사를 밝힌 업소는 전국적으로 448곳으로 집계됐다. 식약처는 이들 업소를 대상으로 지자체와 함께 사전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현장의 의견을 지속해서 듣고 설명회와 안내 등을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며 “영업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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