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딱 하나, 내 '볼꾸' 어때?"…디지털 세대, '아날로그 취미'에 푹 빠진 이유 [트랜드]
디지털 세대, ‘아날로그 취미’에 푹 빠진 이유
"부모세대 '필통꾸미기'와 닮아 있어"
“액세사리(사러 왔)지? 저기 사람들 따라가면 돼.”
지난 4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식당가. 길을 묻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한 상인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볼펜인가 뭔가 사러 젊은 사람들이 매일 와요”라며 “상가에 다시 활기가 도는 것 같아 반갑다”고 웃었다.

동대문종합시장 측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액세서리 부자재상가를 찾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Z세대를 중심으로 ‘볼꾸(볼펜 꾸미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동대문은 볼꾸 성지로 떠올랐다.

한 상인은 “볼펜 액세서리 가게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요즘엔 학생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볼꾸를 하러 상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 볼펜 한 개 꾸미는데 3000~5000원…“완성하니 뿌듯”

그러자 직원이 “벽에 걸린 ‘샘플’을 보고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10여분 간 조금이라도 더 예쁜 참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지만, 완성된 볼펜을 보니 묘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기본 볼펜대는 600원, 참은 300원에서 1000원까지 다양했다. 볼펜 한 개를 완성하고 3200원을 결제했다. 커피 한 잔 값보다 저렴했지만, 체험 만족도는 그 이상이었다. 매장 직원은 “예전엔 도매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학생과 20대 방문객이 확연히 늘었다. 그나마 개학해서 오늘은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방문객은 “유튜브 숏츠 영상을 보고 여기가 볼꾸 성지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개성을 표출할 수 있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또 다른 방문객은 “친구들과 같은 디자인으로 꾸미거나 이니셜을 새길 수 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과정 자체가 놀이처럼 느껴져 재밌다. 완성된 예쁜 볼펜을 보면 만족감도 크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도 또래 집단 사이에서 학용품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캐릭터 장식을 달며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는 SNS를 통해 전 연령대로 유행이 확산한다는 것이다.
◆ 디지털 기기 활용 익숙한 Z세대의 볼꾸 열풍
볼꾸 관련 상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2월 1~28일) 에이블리에서 볼꾸 키워드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4배 이상(319%) 증가했다. 특히 꾸미기 주요 재료로 꼽히는 볼꾸 비즈 검색량은 6배 이상(540%) 상승했고, 기본 준비물 볼펜 검색량은 43% 늘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에선 같은 기간 볼꾸 검색량이 전월 대비 2196% 폭증했다. 커스텀 키캡과 마스킹 테이프, 키캡은 각각 221%, 46%, 1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10대들 사이에서 가방과 키링, 휴대폰 등 아이템을 취향대로 꾸미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며 “개강 및 개학 시즌으로 필기구인 볼펜 꾸미기가 인기를 얻으며 볼꾸가 트렌드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볼꾸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실용적인 아이템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며 “꾸미기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기능 소비에서 취향 소비로 이동”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일상화된 10대들 사이에서 볼펜은 단순한 ‘필기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손으로 만지고 꾸미는 아날로그적 행위에서 차별화된 만족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볼꾸는 온라인과 SNS에서 유행을 공유하던 Z세대가 오프라인으로 유행을 확장시킨 사례”라며 “동네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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